- 美 법원에 ‘사상 최대’ 규모 파산신청... 부채 최대 66조 원·채권자 10만 명
- 최대 8,700억 원 자산 증발 의혹 조사
- 국내 투자 1만 명... 총 피해 규모 추산 23억 원에 이를 듯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중 하나였던 FTX가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한 것에 더해 일부 자산에 대해 해킹 가능성까지 불거져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3일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FTX는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 파산법의 챕터11은 파산법원의 감독 아래서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해 회생을 모색하는 것으로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한 개념이다.
파산 신청서에 따르면 FTX의 부채규모는 100억~500억 달러(약 13조 2,000억~66조 2,000억 원)에 이르고, 자산도 부채와 같은 규모이다. 채권자는 약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며, 이번 파산 신청은 가상화폐 업계 역사상 최대규모이다. 여기에 더해 FTX의 해킹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파장이 더욱 확산되는 모양세이다.
FTX 신임 최고경영자(CEO) 존 J 레이 3세는 12일 성명에서 “특정 자산에 대한 무단 접근이 발생해 사실관계 검토에 착수했다”며 “법 집행 기관 및 규제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블록체인 분석회사 엘립틱도 이날 오전 FTX의 가상화폐 지갑들에서 4억 7,500만 달러(6,265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의심스러운 정황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른 블록체인 분석업체 난센은 FTX 거래 플랫폼에서 하루 새 6억 6,200만 달러(8,732억 원)의 디지털 토큰이 유출됐다고 짚었다.
FTX의 파산 신청과 자산 증발 사태에 전문가들은 ‘코인판 리먼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FTX에 돈이 물린 투자자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캐나다 온타리오 교사 연금,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등 광범위하다. 소프트뱅크는 앞서 FTX 투자 사실을 인정했지만 투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소프트뱅크가 FTX에 약 1억 달러(1,319억 원)의 자금을 투자했다”며 최소 1억 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 규모는 아직 정확하게 추산되고 있지는 않다. 일단 모바일인덱스 등에 따르면 국내 FTX 이용자는 최소 1만여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법인과 기관투자도 가능했던 만큼 개별기업 투자 가능성도 남아 있다. FTX에 가상화폐를 상장한 업체들의 피해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게임업체 컴투스그룹은 자사의 가상화폐 ‘C2X‘를 FTX를 통해 상장했다.
금융당국은 국내에서 FTX 측 가상화폐에 투자한 금액을 약 23억 원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FTX가 발행한 ‘FTT토큰’을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던 코인원·코빗·고파스 등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12일부터는 FTT로의 입금을 중단시켰고, 거래 정지를 의결했다. 업비트와 빗썸은 FTT를 상장하지 않은 상태다.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이번 FTX 사태가 가상화폐 시장에 미칠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시장은 사실상 국내와 해외의 구분이 무의미한 데다 이에 따른 시장 신뢰 붕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시작이었던 리먼브라더스 사태에 빗대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12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글로벌 최대 가상화계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CEO 역시 “가상자산 시장이 과거 2009년 베어스턴스나 리먼브라더스를 무너뜨린 글로벌 금융 위기 때와 다를 바 없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며 “FTX가 무너지면서 ‘폭포효과’처럼 다른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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