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인상에 거래 뚝... 반포자이 전세가 최고가보다 9억 ‘폭락’
- 서울 핵심 대단지들도 역전세난 확산
서울 내의 주요 대단지 아파트들의 전세 가격이 폭락하면서 역전세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매매·전세 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역전세로 돌려줄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한 집주인과 보증금을 제 때 돌려받지 못할까 걱정하는 세입자 모두 좌불안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자이(전용면적 84㎡ 기준)는 전세 매물이 13억 원대 까지 내려왔다. 지난달 말 15억 원대 초중반에 계약이 이뤄진 것을 보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2억 원가량 낮아진 셈이다. 올 6월 말 22억 원, 최고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4개월 사이에 무려 9억 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인근에 위치한 반포리체(전용면적 84㎡ 기준)도 마찬가지다. 최저 12억 원대의 전세 매물이 나와있는데, 올 2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20억 원에 책정되어 있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서울 강남권에서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제한되지 않다 갭투자(전세를 낀 매매)가 꽤 이뤄졌다”며 “올 하반기 들어 금리 인상이 가팔라지고 거래 자체가 사라지면서 전세값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포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세 시장에서 신규 전셋값이 이전 계약 가격을 밑도는 역전세 아파트가 서울 주요 도심에서 쏟아지고 있다. 매매 거래 시장이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이다 보니 매매를 전세로 바꿔 내놓는 매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5만 742건으로 집계됐다. 3개월 전만 해도 3만 2,617건이었는데 단기간 내 55.5%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면서 전세대출 이자가 불어나자 실수요자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영향이 크다.
대단지 아파트가 모여 있는 송파구만 봐도 전셋값 하락세가 두드러지면서 역전세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가락동 헬리오시티(전용면적 84㎡ 기준) 전세 물건은 8억 원대 중반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올 6월 15억 8,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된 점에 비춰보면 사실상 반토막 수준이다. 새 아파트 입주가 몰린 지역에선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한 중개업소 대표는 “역전세 확산으로 계약 형태까지 달라지고 있다”며 “기존 세입자가 계약을 갱신하면서 보증금의 일부를 돌려받거나 보증금 마련이 어려운 집주인들은 차액만큼 이자를 주고 전세 만기를 연장하는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거래절벽 영향으로 전셋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급매’나 ‘급급매’가 아니면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당분간은 매매를 전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금리 인상 여파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전셋값 낙폭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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