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이 닷새째에 접어들며 ‘주유소 기름 대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과 일부 지방의 주유소들을 중심으로 이번 주말을 넘기면 기름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되는 주유소가 속출하면서 사실상 비상 영업 체제로 돌입하고 있다.
정유 업계 등에 따르면 기름 운반 탱크로리 운전기사의 화물연대 가입률은 전국적으로 평균 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6월 총파업 때와 달리 탱크로리 기사들이 이번 파업에 적극적으로 대거 동참하면서 주유소들이 비상이 걸렸다.
기름 판매량이 많았던 고속도로 휴게소나 서울 시내 일부 주유소에서는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영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영동고속도로 등 일부 휴게소는 지난 주말부터 경유 재고 부족으로 대당 3만원 이하의 주유만 허용하는 등 판매 제한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탱크로리 운송 외에 별다른 해법이 없는 주유소 특성상 파업 1주일 전후를 최대 고비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사들은 모두 “파업에 대비해 물량을 사전에 최대한 풀어놨지만 대부분의 주유소는 2주일이 한계”라는 입장이다.
기름 대란으로 최근 겨우 가격 안정세를 찾아가는 휘발유와 경유 수급이 다시 출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경유 가격은 최근 7주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휘발유 가격 역시 11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고객들이 파업 장기화 우려에 주유량을 늘리면서 예상보다 빨리 재고가 떨어질 것 같다”면서 “사태가 장기화하면 대체 수송 차량을 찾아야 하는데 탱크로리를 구하더라도 ‘부르는 게 값’이 될 수 있어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대중교통 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액화천연가스(LNG)나 전기차량을 사용하는 시내버스와 달리 서울 시내 마을버스는 아직 경유 차량이 상당수 남아 있다. 화물연대는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소방서와 군납으로 들어가는 기름을 제외한 모든 정유기지를 틀어막겠다”며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 이후 ‘정유 업계 비상상황반’을 운영하면서 탱크로리 파업 참여 현황과 정유 공장·저유소 등 주요 거점별 입·출하 현황, 주유소 재고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판매량이 많은 주유소부터 점차 재고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재고가 부족한 주유소에 탱크로리를 우선 배차하는 등 파업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화물연대와 정부는 28일 처음으로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으나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협상이 결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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