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전 측 실수로 26개월 미통지 후 한번에 징수
- 한전, “잘못은 인정하지만 못내겠다면 소송하겠다”
부산의 한 건물 소유주가 한국전력공사의 시스템 누락으로 수백만 원의 전기요금을 한번에 청구 받았다. 이 건물주는 실제 전기는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사간 세임자가 쓴 것인데 늦은 통보로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며 황당해하고 있다. 한전 측 실수로 요금을 한꺼번에 내야하는 ‘전기료 폭탄’ 사례가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해보인다.
15일 중구 광복동 건물주 A씨와 한전에 따르면 올 9월 A 씨에게 전기요금 500여만 원이 청구됐다. 한전 측 실수로 제대로 집계되지 않았던 지난 2020년 8월 이후 26개월분 요금이 한 번에 부과된 것이다. A씨는 한전에 항의했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특히 A 씨는 사용된 전기 대부분은 세입자가 쓴 것이라고 주장한다. 코로나19로 건물이 비었는데, 주말에만 장사하는 상인에게 임대를 맡겼다는 것이다. 그리고 매달 전기 요금이 얼마 나오지 않아, 세입자 대신 직접 전기 요금의 내왔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임차인은 올 6월 건물을 나갔고 임의로 상가를 빌려준 거라 따로 계약서를 쓰지 않아, 뒤늦게 법적으로 임차인에게 요금 납부를 요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A씨는 “실제 전기 요금이 이렇게 많을 줄 알았으면, 그 상인에게도 납부하라고 했을 것”이라며 “원인 제공자는 결국 한전인데 피해는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전은 전기 요금을 계산하는 설정값을 잘못돼서 전기 요금이 적게 책정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A씨가 전기공급 계약 당사자인 만큼 밀린 전기 요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게 한전 입장이다. 임대차계약서 등이 없어 다른 사람이 해당 기간 전기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는 것도 판단 근거가 됐다.
한전 관계자는 “청구하고 2개월이 지나도록 전기요금이 정상적으로 납부되지 않는다면 전기공급을 중단할 수도 있다”며 “계속 전기 요금 납부를 미루면 청구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향후 계획을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한전 실수로 추가 요금을 한꺼번에 내야 하는 사례가 제법 많다는 데 있다. 실제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실의 조사결과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한전 착오로 1만 원 이상 미납액을 추가 청구한 사례는 무려 6만 8,000건이다. 합산 미납금은 415억 8,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권익위는 공급자 과실로 인한 낮은 전기요금 부과 후 추가청구와 관련해 제도 개선을 권고하기도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한전이 불특정 시점에 자기과실로 낮은 요금을 부과했는데 사용자에게 추가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큰 부담”이라며 “이 같은 실수 누적은 공공서비스 제공에 대한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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