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값이 끝없는 폭락의 하락세에 빠진 가운데 기존 계약보다 가격을 낮춰서 거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부 집주인들은 보증금 차액을 돌려주지 못해 전세 세입자에게 역월세를 지불해주거나 전세대출 이자를 지원해주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고금리가 올해에도 지속되고 있고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보다 더 많아질 전망이어서 전셋값 하락이 지난해처럼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렇게 되면 전세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집주인 뿐 아니라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져 세입자들까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 중개엄체인 집토스에 따르면 지난해 10~11월 국토교통부가 제공하는 수도권지역의 전월세 실거래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갱신 계약 중 기존 계약보다 보증급을 낮춰서 계약을 갱신한 비율이 13.1%로 나타났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전월세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최고치이다. 지난해 3분기(4.6%)와 비교하면 3배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갱신 감약계약이 늘어난 것은 금리 인상과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난이 심화되고 있고 집주인들이 새로운 세입자보다는 보증금을 낮춰서라도 기존 계약자와 계약하는 것이 낫다고 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일부 집주인의 경우 보증금을 온전하게 돌려주지 못해 세입자에게 전세 대출 이자를 지원하거나 역월세를 지불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하락세가 올해 내내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전세사기 등에 대한 우려 등으로 전세 거래의 수요가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게다가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다는 점도 악재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5만 2,031가구로 작년(33만 2,560가구)보다 5.9%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올해 집값과 전셋값이 크게 하락했던 인천(4만 4,984가구)과 대구(3만 6,059가구)의 경우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0년 이후 23년 만에 가장 많은 아파트 입주가 이뤄질 예정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는 데다가 금리의 영향 등으로 올해 연말까지는 전셋값이 매매가와 함께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전셋값은 수요와 공급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입주 물량이 많은 경기나 인천의 경우 하락세가 더욱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셋값이 지속해 떨어질 경우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집주인은 물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우려에 세입자들도 불안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올해 연말까지 전셋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가 전세보증금 반환을 지원하는 대출 제도 등의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