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공고에 ‘PA 간호사’ 단어 적었다가 경찰에 입건... 다시 붉어지는 논쟁

- 의사의 의료행위에 참여하는 PA 간호사... 국내선 법정 의료인력에 안 속해
- 의협 “의사 대신 간호사가 의료행위 한다는 것이 괜찮다는 사회적 합의 필요”
- 복지부 PA 간호사 타당성 조사 위해 시범 사업 운영중... 국립병원 4곳, 상급병원 4곳

서울삼성병원장이 ‘PA(Physician Assistantㆍ진료보조인력) 간호사’를 채용해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면서 의료계에서 꾸준히 논쟁거리로 지적되어 오던 PA 간호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섰다. PA는 대학병원 등에서 의사의 의료행위에 참여해 진료·검사·수술 등을 뽑는 인력을 말하는데 국내에선 법정 의료인력에 속하지 않아 합법화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져 오고 있다.



◆ 삼성병원, ‘PA 간호사’ 채용공고 올려 고발당해

최근 논쟁에 다시 불이 붙게 된 것은 삼성서울병원이 지난해 12월 올린 채용공고가 문제가 되면서다. 지난해 12월 삼성병원은 채용사이트에 ‘방사선종양학과 계약직 PA간호사 채용’ 공고를 냈다. 공고 이후 병원 측이 PA 간호사 1명을 채용 절차를 걸쳐 채용하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지난 3일 박승우 병원장 등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병원 측은 “의료계 내에서 흔히 통용해서 사용하는 ‘PA 간호사’라는 단어를 채용 공고에 사용하면서 빚어진 논란”이라며 “간호사 면허 범위를 넘어서는 지시는 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해당 용어 사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PA라는 단어는 국내서 인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용어가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내부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단어기 때문에 채용 공고를 냈다는 것 가체가 의료법 위반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라며 “공고 자체보다는 실제 현장에서 선발된 인원이 어떤 업무를 하고, 누가 지시를 내렸는지 등에 대한 내부 사안을 살펴볼 문제”라고 설명했다.

◆ 의협 “간호사 업무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시 돼야”

오해로 인해 발생한 해프닝이라는 병원측의 해명에도 의료계에선 ‘PA 간호사’라는 용어를 사용했자는 것만으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병원에 PA 인력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연한 사실이지만 공론화 움직임이 벌어질 때마다 제동이 걸리고 있는 이유는 다른 직역과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쟁점은 업무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것에 대한 갈등이다. PA 간호사는 병원의 묵인 아래 처방대행·진단서 작성·시술 등의 업무를 하곤 한다. 의사 단체는 주요 병원에서 PA 간호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되면, 현행 의료법 상에 금지되어 있는 간호사의 의료행위를 허용하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홍보의사는 “과거에는 전문 직역이 없거나 구인이 힘들다보니 간호사가 진료보조인력으로 동원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오래 전의 일이고 지금까지도 이어진 불편한 논쟁”이라면서도 “PA를 인정하려면 업무 분담에 대한 의료계의 합의가 필요하며, 국민을 대상으로도 관련된 업무를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수행해도 괜찮다는 범위를 설정하는 등의 사회적 합의를 끝내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전공의협의회 역시 과거부터 PA 간호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임상 경험을 쌓아야 하는 전공의의 특성상 PA 간호사가 의사가 해야 할 일을 대체하다 보면 수련의 기회가 박탈당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서울병원을 고발한 임현택 회장은 병원 측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의사 대신 간호사를 채용하는 꼼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회장은 “정식으로 충분한 비용을 들여 의사를 채용하지 않고 간호사를 쓰는 것은 비윤리적인 행위”라며 “대형병원이 공개채용을 통해 공공연히 밝힐 정도로 만연해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아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 하지만 PA 간호사는 분명 존재하고 있다... 덮고 갈 수 없는 이유



다만 의료계 일각에선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PA 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병원 관계자는 “무작정 덮고 가기에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인력들”이라며 “오히려 PA 인력에 대한 정의와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해 양지화하는 것이 법적 책임 문제나 관리에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21년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10개 국립대병원에서 PA 인력은 2019년 797명에서 2021년 1091명으로 증가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2021년 PA 명칭을 ‘임상전담간호사(CPNㆍClinical Practice Nurse)’로 바꾸고 업무 체계와 범위를 명확히 해 제도화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복지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진료지원인력 타당성 검증을 위한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상급종합병원 4곳, 종합병원 4곳을 지정해 50개 의료행위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PA는 미국식 제도인데 국내에서는 의료법상 인정되지 않다 보니 현장에서 법적인 부분에 있어 불안감을 많이 호소한다"라며 "의료기관 내에서 속칭 PA 간호사들이 하는 업무에 대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보고 이를 운영하는 명확한 체계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PA 제도를 국내에 새롭게 도입하거나 새로운 직역이나 자격을 신설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PA 인력의 투명성을 높여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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