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와 지하철 등 서울시 내의 대중교통 기본요금을 인상할 예정인 서울시가 기존 지하철+버스 환승 시 적용되던 ‘거리비례 요금제’를 시내버스에도 적용시키려 했으나 8일 언론 보도가 나간 이후 여론과 시민들이 반대 입장을 내비치자 즉시 입장을 철회했다.
서울지는 지난 6일 이미 기존에 공지했던 것처럼 대중교통의 기본요금을 300~400원 정도 인상함과 동시에 버스에 대해서는 거리비례 요금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대중교통 요금조정 계획안’을 서울시 의회에 제출했다.
거리비례요금제는 같은 버스를 타고 가더라도 타고 이동한 많으면 많을수록 하차 시 요금을 추가해서 내는 방식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요금을 탑승할 때 1번 요금을 내면 거리와 상관없이 균일요금제의 반대개념이다.
현재 서울 지하철에는 이 거리비례 요금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버스는 2004년 대중교통 환승 할인제 시행 이래 균일요금제가 적용되고 있다. 현재는 환승 없이 서울 버스만 탄다면 먼 거리를 가든지, 짧은 거리를 가든지 똑같은 기본요금만 내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거리 비례 요금제가 적용되면 승객이 버스에 탑승한 뒤 10km까지는 기본요금을 내지만, 10km가 넘으면 5km마다 150원씩이 추가되고, 30km가 넘으면 또 150원이 추가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카드 기준으로, 간선·지선버스는 현재는 1,200원의 균일요금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조정안에서는 기본요금을 10km까지 1,500원(300원 인상) 또는 1,600원(400원 인상)으로 하고, 거리 비례제 추가 요금을 도입해 10~30km까지는 5km마다 150원, 30km 초과 시 150원의 추가 요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서울시가 마련한 것이다.
광역버스도 카드 기준으로 기본요금을 현재 2,300원에서 700원 인상해 30km까지 3,000원으로 하고, 추가 요금으로 30~60km까지는 5km당 150원, 60km 초과 시 150원을 더하기로 했다. 순환·차등 버스 역시 기본 요금을 현행 1,100원에서 10km까지 1,500원(400원 인상) 또는 1,600원(500원 인상)으로 하고, 10~30km까지는 5km마다 150원, 30km 초과 시 150원의 추가 요금을 내는 방안이 제시됐다.
심야버스의 경우, 기본요금을 현재 2,150원에서 350원 인상해 30km까지는 2,500원으로 하고, 추가 요금으로 30~60km는 5km당 150원, 60km 초과 시 150원을 내는 안이 채택됐다. 다만, 마을 버스의 경우 거리 비례제 추가 요금을 도입하지 않고 기본 요금만 현행 900원에서 300원 인상(1,200원)하는 내용만 변경된다.
철회 배경에 대해 서울시는 도시교통실장 명의로 <서울 시내버스 거리 비례제 추진하지 않게 된 배경>이라는 제목의 설명문을 냈습니다. 서울시의 설명은 "오세훈 시장이 오늘 거리비례제 기사를 보고 '이건 내가 처음 보는 것인데?'라고 하면서 '이러면 시민 부담이 있을 텐데? 다시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오 시장이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보고, '서울시의 교통정책은 서울시민만이 아니라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과 인천시민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그런 스탠스에서 작년에 친환경 버스를 조건으로 경기도 시외버스의 서울 노선을 대폭 확대했지 않느냐?, 거리 비례제는 그런 정책과 결이 다르다'며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구체적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의 재검토 지시가 타당하다고 보고 시의회 의견 청취 단계 전에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현재 지속된 고물가로 서민 경제 부담이 있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천시민과 경기도민의 부담을 고려해 시내버스 거리 비례제 도입을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 "절차상 공청회를 앞두고 시의회에 의견을 묻는 청취안을 낸 것"이라며 "난방비 급등 등 현재 고물가 상황을 고려하면 버스 비례요금제를 도입해 얻는 득보다 인천이나 경기도민 교통 요금 부담만 커지는 등 실이 많다고 판단해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고물가 상황과 경기도민 부담이 주된 이유로 보이는데 서울시의 철회 배경 설명에 의문이 드는 부분도 분명 있다. 서울시가 지난 6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의견 청취안을 보면 이 안의 제출자는 서울특별시장으로 적혀있다.
거리 비례제가 담긴 의견 청취안을 오 시장이 제출했는데, 오 시장이 처음 보는 것이라며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서울시의 설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청취안) 제출자는 시장이 맞지만 미세한 부분까지 자세하게 시장에게 보고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결국, 대중교통 적자를 보완하기 위해 거리 비례제 도입을 추진했었지만 최근 고물가에 서민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거리 비례제는 곧바로 추진하지 않고 요금 인상안만 추진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오는 10일 시민공청회에 이어 시의회 의견 청취와 물가대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요금 인상을 최종 확정할 예정으로, 요금 인상은 이르면 4월부터 적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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