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준비 부족 등 이유로 최대 2028년까지 5년간 재연기
- 수출 포기하려던 국내 기업들 연기 결정에 화색... “준비 시간 벌었다”
유럽 시장으로의 진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MDR(Medical Device Regulation) 시행이 다시 한 번 연기되면서 유럽에 진출해있던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유럽연합이 오랜 장고 끝에 결국 시행을 재연기하면서 수출 포기와 시장 철수까지 고려하던 국내 기업들이 일단 몇 년간 시간을 벌었다며 화색을 보이고 있다.
23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강화된 의료기기 인증인 MDR의 시행을 재연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MDR이란 유럽 연합에 소속된 국가에 의료기기를 수출하기 위해 받아야 하는 기존 인증절차인 CE-MDD(Medical Device Directive)를 강화한 개정판이다.
지난 2010년 3월 유방 성형용 실리콘의 부작용으로 인해 프랑스에서만 3만 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하자 의료기기 관련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존 CE-MDD와 가장 큰 차이점은 무조건적인 임상시험의 의무화 규정에 있다. 현재는 임상평가보고서만으로도 인증을 받을 수 있지만 MDR의 경우 필수적으로 임상시험을 꼭 거쳐야만 한다. 또, 이렇게 인증을 받더라도 매년 시판 후 정지적 안정성 보고서(PSUR)를 제출해야 하고, 이를 하지 않으면 인증이 취소된다.
또, 의료기기의 범주도 크게 확대되어 현재는 인증이 필요 없는 콘택트렌즈 등도 모두 인증 대상에 포함되며, 각국의 지침에 따라 의료기기 고유 식별(UDI)를 마련해 추적을 용이하게 조치해야 한다.
때문에 MDR이 도입될 경우, 임상시험과 안정성 보고서 등에 별도의 담당자와 시설 및 설비가 필요하게 되면서 직간접적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를 감안해 유럽연합은 2021년 5월 법안이 발효된 이후 2024년 5월까지 시행을 연기하며 이에 대한 준비 시간을 기업들에게 부여했다.
하지만 3년의 준비시간에도 많은 기업들이 MDR에 부담을 느꼈다. 워낙 까다로운 규제와 많은 준비 사항으로 인해 기업들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국내 중견 의료기기 기업 A사 관계자는 “지난 2020년 이후 MDR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회사 중요 아젠다가 되고 있다”며 “일단 연기되면서 그 부담이 여전한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비용도 비용이지만 사실상 인력 배치와 컨설팅 에이전시를 붙이지 않고서는 감당 할 수 없을 정도의 대대적인 개편”이라며 “어지간한 중소기업들은 감당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이 최근 급하게 재연기를 추진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있다. 당장의 의료기기 기업들이 MDR 인증을 받느니 수출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기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유아 카테터를 제조하는 Osypaka사를 비롯해 Getings 등 의료기기 기업들은 MDR 인증이 도입괴면 아예 유럽시장에서 철수 할 것이라고 이미 공언한 상태였다. 이들은 사실상 대체품이 없는 필수 의료기기였기 때문에 철수하게 되면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이날 결국 표결을 거쳐 압도적으로 재연기가 확정되었고, 최대 2028년까지 5년간 도입이 미뤄졌다. 이에 유럽에 진출한 국내기업들도 한숨을 돌리는 모양새다. 역시 마찬가지로 수출포기를 고려했던 기업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유럽에 진출해있는 국내 B사의 임원도 “솔직히 MDR로 인해 수출노선 철수나 OEM 등의 전환을 검토했었다”며 “당장 내년 시행이라 골머리가 아팠는데, 5년은 벌은 것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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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림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