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도 너무 낮은 마취수술 수가, 의사들이 떠나는 이유로 꼽혀

- 일본과 비교해 1/7수준 불과... 소아나 중증·응급환자 마취 가산율도 4분의 1 이하
- 마취통증의학회, 마취 수가 개선, 마취실명제 등 요구

필수의료의 모든 과들이 그렇듯 수술실에서 환자의 안전한 수술을 위해 마취를 시행하는 전문의들이 점점 줄고 있다. 대한마취통증의학과는 전문의가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을 낮은 마취 수가로 꼽았다. 우리나라의 마취 수가는 일본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미국에 비교하면 23분의 1수준에 그친다. 소아 및 중증·응급환자 마취 가산율도 4분의 1 이하 수준이다.



6일 마취통증의학회는 일본, 미국 등 해외 국가들과 한국의 마취 수가를 비교한 결과 이같은 차이가 나타났다며 수술실을 떠난 전문의들을 돌아오게 하려면 저조한 수가 체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취통증의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과 미국의 한국 대비 국민 총소득(Gross National Income, GNI)은 각각 1.2배, 1.6배 수준이지만, 마취 수가는 각각 7배, 23배로 나타났다. 일반 복부 시술 시 사용하는 1시간 마취에 대해 한국의 수가는 10만 3,700원으로 일본의 74만 9,914원, 미국의 227만 3,767원보다 크게 적었다. 심장 수술의 1시간 마취 역시 한국은 15만 5,550원이지만 일본의 경우 289만 2,956원, 미국의 경우 454만 7,534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소아와 중증·응급 환자 마취에 50%를 가산 적용하는 것에 그치는 한국과 달리 일본과 미국은 각각 300%, 200% 이상의 가산율을 적용해 더욱 차이가 컸다.

마취통증의학회는 “지난 2016년에 있었던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 방안 2단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취료의 원가 보전율은 72.2%에 그치고 있다”며 “집계가 불가능한 병원의 인적·물적 투입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마취 수가는 원가 대비 50%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고용하는 것이 오히려 적자”라고 호소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행하는 마취에 대해서는 별다른 가산이 없으며 지난 2013년 7월부터 분만과 제왕절개 분야는 포괄수가제도로 포함되어 별도 마취료를 산정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간호사 마취’가 성행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보험에는 집도의가 직접 마취를 시행한 것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시행한 마취는 동일한 수가를 적용받는다”며 “법적 제한은 없다고 하더라도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수술을 진행하면서 마취를 시행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괄수가제와 마취료가 별도로 산정되지 않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등 마취 분야 인력 고용과 관련 시설 투자도 위축되고 있는 추세”라며 “일부 의사는 간호사에게 마취를 지시하는 불법 행위를 하고도 전문의에 의한 마취 행위와 동일한 수가를 받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마취실명제 시행 ▼마취료 별도 산정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마취 수가 가산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취통증의학회는 “소아와 산모, 중증·응급 환자가 검사 후 최종 수술까지 진행되려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존재가 필수불가결하다.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반드시 마취 부분이 포함돼야 한다”며 “필수의료 의료기관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충원과 근무 여건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 수가 체계는 오히려 환자 안전을 위한 마취통증의학과에 대한 투자와 고용을 방해하고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한다”며 “의무기록과 보험청구 시 마취를 시행한 의사의 의사면허번호를 반드시 기입하는 마취실명제가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마취를 전담하는 경우 차등 수가를 적용하고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수술에서도 마취료를 별도로 산정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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