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이 무료제공한 ‘스마트워치’ 3만원에 당근마켓행?

- 서비스 종료 이후 ‘회수’ 거부 하고 중고기기로 재판매
- 공단 “스마트 워치 회수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 안타까운 사례”
- 서울시는 댜부분 대여 후 반납... 약국 포인트 제공으로 회수율 높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만성질환자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스마트워치 지급을 목표로 국고보조금으로 무료로 지급했던 스마트워치가 중고시장에서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공단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스마트워치 6만 6,000여개를 구입해 대상자에게 무료로 지급해 건강체크를 목적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스마트워치를 이용한 건강관리 서비스는 지난 6월 종료됐다.

공단은 만성질환자 스스로의 건강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해당 사업을 추진했다. 만성질환자관리 시범사헙 참여의원에 등록된 환자 중 활동량 관리가 필요하고 측정값을 지속적으로 전송해야 하는 만큼 사업을 참여할 의지가 있는 스마트폰 소지자만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그러나 시범사업 참여의원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이미 스마트워치를 소지하는 경우가 많은 젊은 층의 경우 건강데이터 자가 측정을 위해선 자신의 스마트워치를 별도로 착용해야 하고, 잦은 기기 오작동 등으로 건강관리를 꾸준하게 관리를 하기에는 번거로움이 많았다.

시범사업은 그렇게 종료되었고, 회수과정도 흐지부지되면서 최근 중고거래 대표 플랫폼인 ‘당근마켓’에 공단 로고가 찍힌 스마트워치들이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료로 받은 공단의 스마트워치를 약 3만 원의 가격에 재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스마트워치 배부 자체가 늦어지기도 했고, 혈압과 형당계등을 비롯해 스마트워치까지 너무 많은 수량을 일일이 관리하기도 어려웠다”며 “당근마켓의 경우 지역 공개로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렵다. 재판매 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하지만 만성질환자의 지속적인 건강관리 역량 강화라는 목표에도 실패하는 등 일회성으로 끝나버린 공단의 사업 추진 과정이 체계적이지 못했으며 구체적이지도 못했고, 부실한 준비 속에 진행됐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의료계 관계자는 “시범사업이 끝나 아무리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도 무료로 받은 물품들을 돈을 받고 재판매하겠다고 올린 환자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국고보조금을 들인 6만 6,000개의 스마트워치를 회수 없이 무료로 제공한 공단의 허술함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마트워치를 활용한 공단의 건강관리 서비스는 종료됐지만 실효성 근거가 없는 사업에 막대한 국고 재정을 투입하기보다는 효과적이고 모든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사업에 대한 투자를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내과의원의 병원장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은 본사업으로 넘어가는 것에 차라리 참여율도 높고 효과도 좋은 혈압·혈당계 등의 자가 측정기기들을 대여하는 방안을 확대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본 사업으로 가면서 바우처가 축소돼 본인부담금이 늘어난 부분도 문제”라며 “(스마트워치 사업처럼) 일부 환자만 혜택을 받는 게 아니라 만성질환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사업 방향에 대한 고민을 정부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비슷한 시기 서울시에서 시행된 비대면 건강관리 서비스인 ‘손목닥터 9988’ 시범사업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당뇨인 커뮤니티에서는 “서울시에서 스마트워치 받아서 참여하는데 식단 등을 등록하면 포인트가 적립돼 약국에서 사용 가능해 좋다”는 후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손목닥터 9988은 스마트워치를 활용해 서울시민 모두가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울시는 스마트워치를 무상대여 방식으로 제공하고 추후 반납하도록 했으며, 기존 소지한 스마트워치를 활용해 시범사업에 참여하도록 선택지를 넓혔다. 또 건강 활동의 난이도나 지속참여 여부 등에 따라 약국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해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동력’을 제공했다.

이에 1차 시범사업에 5만명 모집에 이어 2차 시범사업에서는 18만 명으로 대상을 늘렸다. 또 참여자 폭도 넓혔다.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신청자 연령을 1차 사업 대비 5세 상향했고, 출산모와 대사증후군 등 건강취약계층 특별모집도 진행했다. 특히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인공지능(AI) 식단분석과 더불어 자세교정 홈 트레이닝이나 정신건강 서비스 등도 추가로 제공한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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