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 특별 사면에 '승부조작범이 16강 갔냐' 비난 쏟아져

- 대한축구협회,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등 자축하며 승부조작 등 징계자 100명 사면
-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아주 나쁜 선례... 진상조사 후 국민에게 공개하겠다”

29일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월드컵에서의 16강 진출을 자축하면서 승부조작 등 각종 불법 행위로 인해 제명되거나 징계를 받은 전·현직 축구선수,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기습 사면 했다. 이같은 협회의 결정에 축구팬은 물론 정치계에서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자신의 쇼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제부터 승부조작은 ‘안 걸리면 장땡, 걸려도 10년만 버티면 사면’이라는 공식을 갖추게 됐다”면서 축구협회의 사면 결정을 맹렬히 비판했다. 그는 “정직하고 성실하게 몸담은 수많은 축구인을 ‘어차피 다 알아서 봐줄 건데 한탕 못해 먹은 바보’ 취급을 해버린 것”이라며 “화가 나고, 또 화가 난다”며 크게 분노했다.

이어 “대한민국 사회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선한 사람만 피해를 받고 약한 사람은 왜 대우받는 괴상한 결말을 ‘헬피엔딩’이라고 하는데, 축협의 논리야 말로 ‘헬피엔딩’이 됐다”면서 “카타르 16강 진출 축하의 성과를 승부조작 주범자에게 준다는 논리에 대해 관련 내용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샅샅이 조사해 국민 여러분께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또, 축구협회의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에서도 축협의 사면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회 관계자는 “징계 기록을 삭제하는 체육회 규정이 없어 사면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축협은 사면을 추진하면서 체육회에 사면이 가능한지 등 어떠한 자문도 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승부조작 사건의 피해 당사자인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축협의 결정에 동의하고 있지 않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우리는 사면할 계획이 없다”며 “축협의 사면 의결이 포괄적으로 효력을 미쳐 프로연맹의 징계도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명쾌하지 않으며 법리적으로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국가대표팀 공식 응원단인 붉은악마도 성명을 통해 “기습적으로 의결한 사면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며 철회를 요구한다”며 축협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붉은악마는 “공든 탑을 쌓는 마음으로 조금씩 올바르게 성장하던 K리그와 한국축구였는데 3월 28일 정몽규 회장 이하 협회 수뇌부가 12년간 모두의 노력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행위를 저질렀다”며 “월드컵 16강이란 축제를 왜 범죄자들의 면죄부로 사용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붉은악마는 사면이 강행되면 향후 국가대표팀 A매치를 응원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K리그 클럽 서포터즈와 연계해 리그 경기 보이콧·항의 집회 등 모든 방안을 동원해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협회는 29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과거 승부조작 등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은 축구인 100명을 전면 사면하기로 의결했다. 협회가 징계 대상자를 사면한 것은 2009년 이후 14년 만으로, 이번 사면 대상에는 큰 파문이 일었던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제명된 선수 50명 중 48명이 포함됐다.

축협은 이 같은 결정을 한 배경으로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본선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 화합·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랜 기간 자숙하며 충분히 반성했다 판단되는 축구인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성폭력, 성추행 등에 연루된 사람은 제외했고 승부조작의 경우에도 비위의 정도가 큰 사람은 사면 대상에서 뺐다”며 “이번 사면으로 인해 승부조작에 대한 협회의 기본 입장이 달라진 것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고, 모든 경기에서 승부조작과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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