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박동기, 아이폰만 갖다대도 영향받는데 전기차는?

- 유럽부정맥학회에서 세계 첫 전자기장 간섭요인 연구 발표
- 고전력 충전 오히려 안전해... 561회 실험에도 간섭 전혀 없어

심장질환의 억제를 위해 이식형 심박동기와 삽입형 제세동기 등 심장 보조 전자장치(CIED)를 사용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들 기기에 오작동을 유발할 수 있는 전자기 간섭(EMI)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발생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아이폰 등 스마트폰은 물론 보조배터리 등 전자기기들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와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17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부정맥학회 연례학술대회(EHRA 2023)에서 전기차 및 전기차 충전소가 심장보조전자장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첫 연구 결과가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현재 부정맥, 심부전 등 심장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이식형 심박동기나 삽입형 제세동기 등 심장 보조 전자장치가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유럽심장학회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140만 명 이상이 이식형 심박동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삽입형 제세동기 또한 매년 20만 명의 사람들이 이식받고 있다.

이처럼 심장보조전자장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전자기 간섭 또한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이들의 장치에 전자기 간섭이 일어날 경우 환자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관련 연구 사례도 있다. 지난해 미국심장학회지(Circulation)에 게재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아이폰은 물론 애플펜슬, 에어팟 등이 기기와 1인치 내에 위치했을 경우 심장보조전자장치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만약 자켓 안주머니나 셔츠 앞주머니에 아이폰이나 보조배터리를 넣어두고 다닌다면 이식형 심박동기가 이상이 생기거나 무력화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또 하나의 위험성이 제기된 것이 바로 전기차였다. 전기차 보급이 많아지면서 전기차의 발전기, 배터리, 충전기 등이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독일 뮌헨 대학 카스텐 레더즈(Carsten Lennerz)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이 이에 대한 임상 연구를 진행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전기차 충전과 배터리가 이에 영향을 주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이식형 심박동기와 삽입형 제세동기를 착용한 130명의 호나자를 대상으로 각 브랜드별 전기차 4대를 활용해 최대 350kw의 전력으로 충전을 하며 간섭을 분석했다.

각 전력별, 전압별로 4대의 차를 세팅하고 6리드 심전도 기기를 환자에게 부착해 총 561회 충전을 지속하며 간섭 여부를 파악한 것이다. 또한 실험 전과 실험 후 각 장치의 정상 작동 여부를 별도로 조사하고 과감지 등에 대한 오류가 없는지 일정 시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561회 실험에서 전가지 간섭이나 오작동 등이 일어난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또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차량 내부는 물론 외부 곳곳에서 진행한 실험에서도 단 한건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일부의 경우 충전 케이블을 바로 심장 보조 전자장치 위에 연결하고 충전을 한 경우도 전혀 간섭이 일어나지 않았다.

카스텍 레더즈 박사는 "전자기 간섭 가능성을 최대화 하기 위해 다양한 최악의 시나리오로 총 561회나 실험을 실시했지만 단 한건의 오작동이나 간섭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적어도 전기차의 배터리와 충전기는 심장 보조 전자장치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 고전압 충전에서의 심장 보조 전자장치의 안전성에 대한 세계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결론적으로 전기차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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