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시장 넘보는 대형 가전업체, 탈모 치료제부터 엑스레이까지 다양

- 다양한 가전제품을 개발하면서 쌓은 기술을 활용하며 의료기기 시장에 수월하게 진출
- 아직까지는 도전자의 입장이지만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계속 넓혀가는 중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위니아딤채 등 가전업체가 의료기기 시장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IT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의료기기 시장의 성장세는 연 평균 40%를 넘는 추세인데,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 7조5317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병원에서 볼 법한 탈모 치료기기부터 디지털 엑스레이 검출기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 가전업체들은 왜 의료기기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우선 산업계에선 ‘탄탄한 기술력’ ‘시장 성장성’을 이유로 든다. 다양한 가전제품을 개발·생산하면서 쌓은 기술을 활용하면 의료기기 시장에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다. 동시에 경쟁이 치열한 가전제품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도 녹아 있는 것이다.

가전업계가 넘보는 의료기기 시장은 병원에서 사용하는 전문 의료기기(B2B), 소비자가 직접 쓰는 가정용 의료기기 2종류로 나뉜다. 삼성전자는 2011년 의료기기 전문업체 메디슨를 인수한 뒤, 초음파 진단기기 등 의료영상 관련 기기를 제작해왔다. 2016년 의료기기 시장에 뛰어든 LG전자는 지난 6월 인공지능(AI) 진단 보조기능을 탑재한 디지털 엑스레이 검출기를 출시했다. 두 기업 모두 강점이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활용한 진단·임상·수술용 모니터도 판매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백신 콜드체인(초저온 냉동 유통)을 위한 백신 냉장·냉동고 사업에도 가전기업이 뛰어들었다. 캐리어냉장은 올해 초 바이오 제품을 보관하는 ‘캐리어 바이오 초저온 냉장고’와 ‘바이오 냉동·냉장 탑차’를 내놓았다.

위니아딤채는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백신 전용 냉동고 ‘메디박스’를 선보였다. 다만 국내 의료기기 등급분류기준에 백신 냉동고가 없어 혈액 냉동고로 등록했다.

소비자들이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LG전자는 지난해에 가정에서 쓰는 탈모 치료기기 ‘LG 프라엘 메디헤어’를 내놓으면서 시장 선점에 나섰다. 메디헤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으로부터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다.

산소를 태우지 않는 친환경 적외선 그릴을 판매하는 자이글은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산소발생기 ‘숲속’, 피부 미용을 위한 ‘산소 LED돔’을 개발해 의료기기 인증을 따냈다. 산소발생기는 면역력 향상, 피부 관리 등에 도움을 준다.

가전기업들은 기존 기술력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기기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원래부터 영상기술에 특화된 노하우가 있으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자연스럽게 찾게 된 것”이라며 “전문성이 있는 기업들을 인수하며 함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희 자이글 대표는 “생활주방가전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가전 및 생산·관리 기술을 의료기기와 의료가전에 바로 접목할 수 있다. 주방기기에서 의료가전으로 분야를 넓혀 회사의 성장과 자이글 브랜드 확장을 이끌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기기 시장의 성장성이 좋다는 점도 가전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세계적 고령화 추세에 따라 의료기기 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피치솔루션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은 매년 평균 5% 이상 커지면서 2022년 4827억 달러(약 560조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다만 전문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가전기업들이 후발주자라서 아직까지 시장을 빠르게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 안전이 중요한 만큼 새로운 업체보다는 기존 의료기기 업체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전문 의료기기 분야에 기존에 있던 전통의 강자들이 있어서 국내 대기업들도 글로벌 점유율이 높지 않은 수준이다. 아직까지는 도전자의 입장이지만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계속 넓혀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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