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 잃는 주유소, 5년 사이 600개 문 닫아... “점점 더 가속화”

- 전기차 등 늘어나는 친환경차에 고유가까지... 주유소 수익성 악화에 줄폐업
- “2040년까지 10개 중 8개는 망할 것” 관측도

원유가격의 상승과 함께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보급 확대로 인해 주유소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전국 주유소들이 줄폐업을 하고 있고, 적은 수익성에도 높은 폐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근근이 영업을 이어가는 곳도 있다. 2040년까지 전체 주유소의 80%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7일 석유관리원이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주유소는 전년도 대비해 2.1%가 줄어든 1만 1144개소였다. 2018년 1만 1750개소, 2019년 1만 1700개소, 2020년 1만 1589개소, 20201년 1만 1378개소, 2022년 1만 1144개소로 매년 평균적으로 120여개의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감소세는 올해에도 이어져 1만 개소를 겨우 넘기거나 그 이하로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국 주유소 수는 지난 2010년 1만 3000여개소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역별로는 변동이 없는 제주를 제외하고는 모든 광역시·도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가장 감소율이 컸던 지역은 대전(5.7%↓)이며, 서울(5.5%↓), 대구(4.1%↓)가 뒤를 이었다.

상표별로는 작년기준 국내 4사 정유사가 2.4% 감소했고, 무폴 주유소는 23.6%가 줄었다. 알뜰주유소는 오히려 3.8%가 늘어났다. 휴업하고 있는 주유소도 2020년 249개소, 2021년 248개소, 2022년 307개소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주유소 줄폐업은 갈수록 떨어지는 수익성의 악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주유소의 영업이익률은 2.52%로 일반 도소매업(4.06%)를 크게 밑돌고 있다. 평균 영업이익액으로 보면 2019년 기준 2600만 원에 불과해 동네 식당이나 모텔보다도 수익이 적다.

실적이 악화된 이유로는 가장 먼저 고유가가 영향 미친 것으로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기름값이 폭등했고, 이에 1원이라도 싼 주유소로 손님이 몰리는 경향이 짙어졌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유소들은 결국 이윤을 줄이는 박리다매 형태로 장사를 해온지 오래다. 게다가 알뜰주유소도 늘어나면서 경쟁은 이미 포화상태이다. 알뜰주유소는 일반 주유소보다 휘발유 기준 L당 30~40원이 저렴하다.

여기에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 확대가 주유소에 KO펀치를 날리는 모양새이다. 정부는 친환경차 보급을 지난해 136만대에서 2030년에는 785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고스란히 박리다매 형태로 전환된 주유소의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수원시 권선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전기차도 있고, 기름값도 비싸지니 차를 안끌려고 하는 사람이 많아진데다, 어플로 1원단위까지 싼 곳을 찾아서 주유하러 가니까 알뜰 주유소에 밀릴 수 밖에 없다”며 “주유소 사장이 동네 부자라는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이제 망할 일만 남은 장사”라고 토로했다.

국책 연구 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전기차 보급 확산에 따라 현재 약 1만 1000곳인 주유소가 2040년에는 3000여개로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주유소 10곳 중 8곳이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높아진 임대료와 인건비도 부담이다. 전국 주유소의 판매 마진율은 평균 5~6%이지만 카드 수수료와 각종 세금을 내고 내면 주유소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순수익율은 1%미만으로 추측된다.

최근 정부가 방침대로 정유사의 휘발유·경유 도매가가 공개되면 주유소 실적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전국 평균 휘발유·경유 도매가를 광역시·도 단위로 세분화해 공개하는 것으로 지역별로 가격 경쟁이 불붙어 주유소 간 출혈경쟁은 한층 격화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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