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절대평가제’, 우울증·번아웃 시달리는 의대생들 희망될까

- 전국10개 의과대학 365명 대상 평가 방식 따른 삶의 질 조사
- 절대평가 전환 시 우울증·스트레스·수면의 질 등 전반적 삶의 질 크게 향상

연세대와 인제대 등 국내 일부 의과대학들이 시범적으로 학생 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면서 의대생들의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 고질적인 삶의 질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의대가 상대평가제를 유지하고 있고, 이번 시범전환의 결과에 따라 전체적인 기조 자체가 바뀔 수 있다. 우선 결과적으로는 학생들의 우울증과 번아웃 등의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는 5월 1일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 Journal of medical science에는 의대 평가 방식이 학생들의 삶의 질 수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내 첫 대규모 연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의사들의 우울증과 번아웃, 스트레스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의사들의 정신 건강은 환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측면에서 이에 대한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예비 의사인 의대생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살인적인 커리큘럼과 암기량을 소화하며 졸업 시까지 치열한 경쟁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이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한 면에서 일부 대학은 학생들을 줄세우는 상대평가를 과감하게 폐기하고 기준선을 정해 합격/불합격만을 판단하는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의사가 되는데 최소한의 소양과 실력을 갖췄다면 등수에 관계없이 졸업 및 시험 자격을 주겠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런 절대평가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전국 41개 의과대학에서 단 두 곳만이 절대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인제대 의과대학 안상진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절대평가와 생대평가가 의대생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절대평가로의 전환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절대평가를 진행하는 의대를 포함해 전국 10개 대학 학생들 365명을 대상으로 평가 방식에 따른 삶의 질을 분했다. 규준지향 평가 방식(NRA), 즉 상대평가와 준거지향 평가 방식(CRA) 절대평가간 차이를 비교한 근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결론적으로 절대평가 방식의 전환은 학생들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주요 스트레스성 질환에 밀접한 연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총 5가지의 항목에 대해 삶의 질을 비교하자 절대평가로 평가를 받는 학생은 상대평가를 받는 학생보다 평균적으로 질이 상당히 높았다.

절대평가 그룹은 삶의 질 지표가 95.79±16.20을 기록했지만 상대평가 그룹은 89.65±16.28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든 지표에서 고르게 나타났다. 스트레스 척도인 MSSIK를 보면 절대평가 그룹은 68.16±11.29점에 불과했지만 상대평가 그룹은 76.03±12.38점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번아웃 정도를 보여주는 척도인 K-MBISS를 봐도 절대평가를 받는 학생은 48.09±11.23점에 그친 반면 상대평가 글부은 55.93±13.07점에 달했다. 이외에 다른 지표들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우울증 척도인 CESD를 비교해도 절대평가 그룹이(12.77±9.82점) 상대평가 그룹(16.44±11.27점)에 비해 월등하게 낮았다.

반면 수면의 질 척도 등은 두 그룹간에 일부 차이를 보였지만(6.41±2.70vs6.72±2.60)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절대평가 전환만으로 의대생들의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결론내렸다. 절대평가로 평가 방식을 전환하는 것만으로 삶의 질 지표는 물론 스트레스와 번아웃, 우울증 점수가 모두 낮아졌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회귀분석과 랜덤포레스트모델, 머신러닝을 통한 인과구조 역시 모두 삶의 질 점수와 스트레스, 번아웃, 우울증 척도간에 음의 상관 관계를 보였다. 어떻게 비교해도 절대평가로 인해 스트레스와 번아웃, 우울증 지표가 낮아지면서 삶의 질이 보장된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절대평가와 상대평가간에 의대생들의 삶의 질을 비교한 국내 첫 대규모 다기관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국내 의대생들이 전 세계적으로도 우울증 유병률이 높다는 점에서 평가 방식의 개선과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절대평가 전환만으로 우울증과 스트레스, 번아웃을 감소시킨다는 것은 각 대학이 학생들을 위해 평가 방식 전환을 포함해 보다 능동적으로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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