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새벽, 부산에서 귀가하던 여성을 뒤따라가 무차별 폭행을 가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성폭행하려는 정황이 포착됐음에도 증거가 부족해 성범죄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건의 항소심에서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의 증언이 나와 판도가 바뀔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3일 오후 부산고법 2-1형사부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의 항소심 3번 째 공판을 열었다. 이 날 공판에서는 사건 당시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관 B씨와 피해자 언니인 C씨가 증언했다. B씨와 C씨의 증인심문은 보복 등 추가 범죄 예방을 위해 A씨를 잠시 퇴장시킨 후 진행했다.

B 씨는 “당시 피해자는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고, 상의는 가슴 바로 밑까지 올라가 있었다. 바지 지퍼도 절반 이상 내려가 앞단이 바깥쪽으로 완전히 접혀있었다”며 “맨살이 많이 보이는 상황이여서 바지 앞단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의 소지품과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며 “속옷 착용 여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건 당시 응급실에서 피해자의 옷을 환자복으로 환복시킨 언니 C씨는 “바지가 다 젖어있을 정도로 소변으로 오염되어 옷을 빨리 갈아입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한쪽 다리에만 속옷이 걸려있는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특히 C씨는 피해자의 하의에 대해 일반적이지 않은 특이한 모양의 버클이었다고 설명했다.

C씨는 이어 “A씨는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 이에 저희 가족들은 제대로 된 일상생활도 하지 못할만큼 큰 불안에 떨고 있다”며 “A씨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발견 당시 피해자의 옷매무새 증언이 대부분 일치하지만 증인들의 진술에 따르면 일반적인 사람이 쉽게 벗기 힘든 구조의 청바지에 대한 증언만으로 성범죄 여부를 판단하기는 한계가 있다”며 “법정에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 측은 DNA 채취를 위해 대검찰청에 있는 피해자 청바지를 확보해 검증 신청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날 검찰은 A씨와 같이 생활했던 수감자 2명을 면담한 뒤 작성한 진술서 등을 양형 증거로 새롭게 제출했다. 수감자 중 1명은 TV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A씨의 보복 가능성에 대해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로 오는 17일 오후로 지정하고, 이날 변론기일과 청바지 검증 기일을 함께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고, A씨와 검찰 모두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