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흉부외과 지원 전공의, 2005년 47명 이후 18년 만에 40명 돌파
- '교육적인 분위기' 형성과 업무 분담 통해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
- 일부 지역과 병원 쏠림 현상은 해결해야... 전공의 합격자 전체의 73.3%가 수도권
지난달, 전공의들과 의대생은 물론 의료계 전반을 놀라게한 일이 있었다.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 정원인 4명이 초과되어 경쟁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번 이 병원의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자는 총 5명이었다.
단순히 경쟁이 일어난 사실만으로도 놀라운 이유는 흉부외과는 10시간이 넘는 수술과 응급환자가 많은데다가, 지원자도 매우 적어 인력난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의대생들의 기피과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4년 57명이 지원한 흉부외과 지원의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26.2명에 불과할 정도로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전국 1535명이던 전문의 규모도 내년부터는 배출 인원보다 은퇴자가 더 많아 자연 감소(32명 은퇴, 21명 배출)를 시작하기도 한다.
이는 심장 이식이나 대동맥 발리, 폐암 등 응급 수술을 집도할 의사가 줄어든다는 심각한 문제이다. 이랬던 흉부외과가 2005년(47명) 이후 18년 만에 전공의 지원자가 40명을 넘기면서 숨통이 트인 것이다.
지난달 20일 경기도 성남의 분당서울대병원의 흉부외과 1년차 전공의 A(25)씨는 해당 병원에서 인턴을 한 뒤 흉부외과 지원을 마음먹었다고 한다. 바로 교육 여건 때문이다.
A씨는 “저연차 전공의한테 환자를 보거나 수술방에 들어가 참관할 기회가 굉장히 많이 주어진다”며 “이에 (전공의들이) 다음엔 더 잘하려고 퇴근 후 집에 가서 공부하는 교육적인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 때 흉부외과를 전공하겠다고 마음 먹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다. 주변에서도 다 말린다”면서도 “그러나 실제로 흉부외과가 어떤지 충분히 볼 기회만 있다면 나처럼 흉부외과가 하고 싶었던 사람까지 기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분당서울대병원은 2021년 본원과 별도로 전공의를 선발하기 시작하며 교육 환경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연 2~4회 기본적인 수술 교육부터 모든 전공의에게 수련 기간 중 국외 병원 연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해당 병원의 3년차 전공의 B(32)씨도 “1년차 때부터 매주 목요일 교수님이 과외하듯 강의를 해줬다. 전공의로서 신경써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전공의들의 흉부외과 같은 곳을 기피하거나 중도 이탈하는 것은 단순히 업무가 고단한 것뿐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사례처럼 업무의 강도만큼이나 어떤 교육을 받느냐는 전공의 중도 이탈에 영향을 미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2017년 수련 포기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련 과정에서 전문의가 되기에 불충분하다고 답한 전공의 중 수련을 포기하겠다는 비율이 39.2%에 달하기도 했다.
이런 교육적인 분위기 형성을 위해선 병원 내 업무 분담이 필수적이다.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에는 수술 대신 중환자실과 입원환자 병실만 전담하는 전문의들이 따로 존재한다. 퇴원환자 전화 상담의 70~80%는 전담 간호사팀이 응대한다. 1년차 A씨가 교육을 받으라 자리를 비우더라도 시간맞춰 ‘칼퇴’해도 흉부외과가 잘 돌아가는 배경이다. 전공의 입장에서는 더욱 편하게 교수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할 수 있고, 환자도 기다릴 필요 없이 간호사와 상담이 가능하니 양 쪽 모두 이득이다.
해당 병원의 교육 여건 강화와 업무 분담이 이뤄지게 된 배경은 ‘매를 먼저 맞은’ 흉부외과가 자성한 결과이다. 지난 3월 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 지원율으 25.5%까지 급감해 한 대형병원에서는 입원 진료를 중단하고, 소청과의사회는 폐과 선언을 하는 등의 홍역을 겪고 있다. 하지만 흉부외과도 이런 비슷한 일을 이미 겪었는데, 14년 전인 2009년 지원율이 27.3%까지 바닥을 쳤었기 때문이다.
임청(56)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예전에는 병원이 전공의를 값싼 노동력이라고 취급했던 적이 있었다”라며 “종일 병원에서 먹고 자면서 환자를 24시간 전담하니까 QOL(삶의 질을 표현하는 의료계 표현)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고 회상했다.
이에 “거기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지한 뒤 반성하고, 극복하기 위해 흉부외과 차원에서 ‘레지던트(전공의)는 근로자이기 전에 피교육자’라는 인식과 개념을 도입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경향은 해당 병원뿐만 아니라 흉부외과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경향이다. 학회 차원에서 모든 수련병원 전공의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수술할 의사가 20명정도 밖에 남지 않은 선천성 소아 심장 질환 사례 등은 별도의 교육을 운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병원들이 업무 분담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에는 흉부외과 의료행위 시 2배로 보상하는 ‘수가 가산금’이 활용됐다. 가산금을 전문의와 간호사 등 인건비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김경환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이사장은 “처음에는 ‘왜 일하는 애들을 교육에 보느느냐’는 현장의 반발이 거셌는데, 지금은 오히려 교수들이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전공의들에게 ‘미래를 위해 애쓴다’는 느낌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문제점은 있다. 일부 지역과 병원 쏠림 현상은 흉부외과에도 고질적으로 남아있는 문제다. 전담 전문의·간호사 등 인력이 부족한 지역과 병원은 더 전공의가 줄어드는 ‘부익부 빈익빈’ 구조가 고착화할 우려가 있어서다. 올해 흉부외과 전공의 최종 합격자들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서울이 21명, 경기가 6명으로 전체 38명 중 73.7%가 서울·경기에 집중됐다. 그 외 대전과 대구에 각 3명씩, 부산과 광주에 각 2명씩, 충남에 1명이 합격했다.
‘전공의 업무 분담→교육 여건 강화→전공의 지원자 증가’라는 선순환을 만들어내려면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심장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으로 지정받으려면 병원이 적정 수의 전문의를 고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전문의와 전담 간호사 등 지원 인력을 늘려 전공의 업무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필수 의료 대책 중 하나로 고난도 수술이나 지역, 야간·휴일 등에 따라 수가를 더 지급하는 ‘공공정책수가’를 추진하고 있다. 이때 단순히 수가를 인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력 충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인력 기준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간호등급제(간호인력을 많이 채용한 의료기관에 더 보상하는 제도)처럼 환자 당 전문의를 몇 명 채용했을 때 수가(진료비 가격)를 가산해주거나, 병상 당 전문의 수 기준을 두면 병원도 채용을 늘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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