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찰료 개선 제외에 의료계 폭발... “적정보상, 대체 언제”

- 진찰료 개선, 정부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에서도 제외
- 정부, 객관적 데이터 통해 불균형 해소와 적정보상 방침 강조
- 의료계, “듣기에 바람직하지만 추상적인 표현... 의협 주도로 진찰료 개선 돼야”

기본 진찰료 개선이 이번 제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에도 제외되자 의료계가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객관성과 신뢰성이 담보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불균형을 해소하고 적정 보상을 하겠다고 설명했으나 의료계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대한임상보험의학회 제22차 정기학술대회 상대가치워크숍에서는 필수의료 분야를 중심으로한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와중에도 정부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료현장 전문가들은 “의료계가 아무리 울어도 떡하나 안 주는 상황”이라며 “적정 보상과 불균형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대체 언제까지 기다리기만 해야 하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안영진 보험부회장은 “이비인후과의 진찰료 비중은 약 80%이다. 3차 개편에서 기본 진찰료가 주요 의제로 언급되어 기대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라진 것이 없다”며 “진찰료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사실임에도 정부는 단지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계속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찰료야 말로 필수의료 그 자체다. 환자를 직접 보고 진찰하는 행위보다 더 필수의료는 없다. 진찰료를 개선하기 위해선 진찰료 비중이 큰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수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며 “대한개원의협의회와 대한의사협회가 더욱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제시한 대책은 공공정책수가와 각종 시범사업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재정 순증없이 건강보험 재정을 기반으로 한 지불 제도의 한계를 뛰어넘기 어렵다고 봤다.

의협 김영재 상대가치연구대상단장은 “총점이 고정된 상태에서는 다른 과 점수를 빼앗아 몰아주기 밖에 안 된다. 환자의 안전과 질적인 측면에서 반드시 더 보상되어야 하는 부분을 논의할 수가 없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재정 순증으로 반영해달라고 (의협에서) 계속해서 요청하고 있다. 반드시 반영해달라. 거듭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 역시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필수의료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도 없이 정책만 만들어내니 실효성도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한외과학회 김익용 보험이사는 “지금 정부가 필수의료 정의도 못내리고 있는 가운데 필수의료 분야까지 상대가치를 산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필수의료 대책으로 내놓은 공공정책수가를 설정한 근거도 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정책수가로 ‘야간 50% 중복 가산’을 주겠다고 하는데 이것이 어떤 근거로 설정된 것인지는 명쾌하지가 않다”며 “제대로 정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하면 과연 필수의료 살리기가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 돌려막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런 돌려먹기와 몰아주기식 정책들이 계속되면 필수의료에서 시작된 붕괴위기가 비필수의료에까지 번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이미 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상대가치점수 개편때마다 수가 인하 대상에 있었던 영상의학과가 그 대표적인 예다.

대한영상의학과 최준일 보험이사는 “수가 삭감에 대해 그동안 외과 등 어려운 분야에 돌아간다고 생각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여왔다”며 “그런데 지금 대학병원 영상의학과는 일은 많은데 돈은 벌지 못한다고 서울대병원조차 전공의들이 임상강사를 안하려고 한다. 정부가 영상 검사 수가를 내리면서 판독료와 전문의 가산까지 모두 인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영상의학과는 필수의료 기반의 시설이다. 수가를 올라달라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의사의 인건비와 의사의 노동은 보전해줘야 한다”며 “의사는 기계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이런 의료계의 우려를 인지하고 수용하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정성훈 보험급여과장은 “진찰료 개선은 재정 관점에서 합의하지 못해 빠졌지만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다”면서 “완벽한 합의까지 이르지 못하더라도 어느정도 이해관계가 협의되고 실현 가능 실현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이 와야 진찰료 인상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의료서비스가 적정하게 공급되고 있지 않다는 관점에서 필수의료를 다루고 있다. 필수의료 분야에서 적절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결국 보상과 연계되어 발생하는 문제다. 상대가치 제도가 적정보상과 균형있는 의료 공급을 이끌어내도록 정부에서 제도적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산하에 신설한 의료비용분석위원회에서 원가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 ‘신뢰 가능한 데이터’를 확보해 이를 바탕으로 상대가치 점수를 산출해 불균형 해소와 적정보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런 정부 주도의 개편 자체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의료비용분석위를 통한 객관성 담보에도 부정적인 반응이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오상윤 총무이사는 “상대가치제도의 한계와 대안을 논할 때마다 정부는 ‘데이터 기반, 비용기반, 원가기반 분석’이라고 듣기에는 바람직하지만 결국 추상적인 표현만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차 개편 당시에도 병·의원이 원가를 절감해갔더니 정부는 절감한 원가를 기반으로 수가를 개정하고 인상하겠다고 답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이제 의료비용분석위가 원가를 분석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의료계를 꼼짝 못하게 할수도 있다. 이런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방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 주도가 아닌 의협 주도의 개편으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의협 김종민 보험의사는 “의협 산하의 상대가치위원회와 의료행위심의위원회를 공식 기구로 인정하고, 상대가치제도와 점수 산정에 대한 연구 컨세선스부터 제대로 형성해야 과거와 같은 오류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대가치제도 자체가 일차의료에는 불리하고, 그 편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것이 당연”이라며 “정책적으로 일차의료 관련 수가를 개편해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일차 의료기관의 진료 대부분을 차지하는 진찰료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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