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자이언츠 선전에 지원 나서는 롯데 그룹

- 롯데칠성음료, 롯데GRS 등 야구단 마케팅 강화
- 롯데자이언츠, 만년 꼴지서 15년 만에 9연승·선두권 경쟁 등 고성적 영향
- 롯데 지주-자이언츠간 마케팅 공동협의체도 가동

인기는 많았지만 늘 하위권 성적에 허덕이던 롯데자이언츠가 올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선두권 경쟁을 펼치면서 롯데 그룹이 야구단을 활용한 마케팅에 나선다. 롯데칠성음료, 롯데GPS 등 그룹 계얄사들이 롯데자이언츠를 자사 브랜드 마케팅에 전면 앞세우고 있다.


▲ 출처 : OSEN

최근 몇 년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롯데지주와 야구단 간의 운영 협의체 회의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 맞수’로 꼽히는 신세계 그룹이 진행하는 야구·유통 통합 마케팅이 좋은 성과를 거둔 것도 롯데 그룹이 계열사들이 야구단을 활용한 마케팅 확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자사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의 마케팅 수단으로 자사 야구단을 선택했다. 부산이 연구지인 롯데자이언츠가 ‘동백 유니폼’을 판매하는 행사인 ‘부산 페스티벌’에 적극 참여해 지난 20일 ‘클라우드와 함께하는 부산 페스티벌’을 열었다.

롯데 GRS도 롯데자이언츠를 활용해 커미전문점 ‘언제리너스’ 홍보·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롯데자이언츠 공식 애플리케이션에서 팬들의 투표로 이달의 선수를 선정하고, 해당 선수 이름으로 엔제리너스 커피를 증정하는 브랜드 홍보 이벤트를 시작했다.

이들 외에도 롯데백화점이 롯데자이언츠 홈구장인 사직 야구장에서 우수고객 초청 행사를 개최했고, 세븐일레븐을 운영하고 있는 코리아 세븐은 창립 35주년 기념행사를 사직야구장에서 개최했다. 이날 세븐일레븐 가맹점주들을 초청한 것은 물론 자체브랜드(PB) 커피를 증정하는 등 브랜드 홍보에 힘썼다.

롯데자이언츠 관계자는 “그동안 계열사와의 협업은 선수 유니폼을 활용한 로고 노출이나 경기장 광고판 운영 등으로 국한되어 있었으나 올해 확실히 계열사 이벤트가 더 다양해지고 횟수도 많아졌다”라며 “엔젤리너스만해도 올해 정규 시즌 내내 공동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자이언츠의 달라진 성적이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공동 이벤트, 매치데이 등의 마케팅 확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올해 KBO리그에서 15년 만에 처음으로 9연승을 달성한 데 이어 현재 순위 3위에 올라 있다. 롯데자이언츠는 2013년 5위 이후 내내 하위권에 머물다 2017년 3위, 이듬해부터 다시 하위권에 자리해 왔다.


부진한 성적 탓에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에만 30억 원을 롯데자이언츠에 쏟았지만, 경기장 광고 외 팬들을 직접 타깃한 공동 이벤트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GRS 역시 작년 약 10억 원을 롯데자이언츠에 썼지만, 엔제리너스 커피 증정 등은 진행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롯데자이언츠의 계열사 매출은 289억 원으로 전체 매출(545억원)의 53%에 달했다. 다만 부산 사직구장에 회사 광고를 싣거나 선수단 헬멧, 유니폼에 로고를 삽입하고 이외 별도의 이벤트나 행사는 하지 않는 이른바 ‘조용한 지원’만 이뤄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자이언츠는 이른바 ‘꼴데’(만년 꼴등 롯데라는 의미)라는 조롱을 들었던 팀”이라면서 “그룹에 속해 있는 야구단인 탓에 지원하지 않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소비재 기업이 성적이 안 좋은 팀에서 브랜드를 내세우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유통업계 라이벌 SSG의 야구단 홍보 행보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21년 SK와이번스를 인수해 SSG랜더스를 창단한 신세계 그룹이 야구를 ‘고객 경험의 확장’의 수단으로 활용하며 야구단과 유통 사업간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단 인수를 주도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야구단을 신세계그룹 콘텐츠 경험의 장으로, 또 그룹 유통 채널의 브랜딩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SSG랜더스의 홈구장인 인천 문학구장에는 노브랜드 버거, 스타벅스 전용 매장을 열고 온라인 몰에서 SSG랜더스 굿즈 기획전을 여는 식이다.

또, SSG랜더스는 정 부회장의 아낌없는 지원 아래 메이저리거 추신수와 김광현까지 잇따라 영입하며 지난해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 등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에 SSG랜더스는 지난해 경기당 평균 관중 1위에 우승 기념 통합 할인행사까지 진행하는 등 야구단 인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롯데그룹의 변화가 시작된 것도 신세계의 야구 마케팅이 성과를 낸 지난해 하반기부터였다. 롯데지주가 2016년 이후 6년 만에 롯데자이언츠로의 190억원 유상증자를 진행하는가 하면, 박세웅 선수 다년 계약 등 선수단 강화에 나섰다. 운영비도 262억 원으로 75억 원 증액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움직였다. 신인 드래프트 지명 선수와 그 가족을 롯데월드타워로 초청하는 ‘루키스 패밀리 데이’를 롯데지주가 열고, 신 회장이 직접 나서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올해 롯데자이언츠의 9연승 당시에는 선수단에 “계속 지원하겠다”는 편지를 보냈다.

롯데그룹의 야구단 활용 전사 마케팅은 더욱 강화되는 모양새다. 그룹 계열사와의 광고 집행 논의 등을 위해 운영했던 협의체를 올해 롯데지주 중심으로 재편,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기준 경기당 관중 수가 1만 3003명으로 전년 대비 35%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올해 롯데자이언츠와 그룹 계열사 간 마케팅 협업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신세계의 영향이라기보단 지난해 19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해 선수 계약과 영입 등 선수단 관리에 집중, 올해 여느 때보다 야구단의 성적이 좋은 영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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