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명문대생 살해한 ‘공시생’ 정유정... “신분 탈취 목적도”

- 고교 졸업 이후 5년간 특별한 직업 없이 ‘은둔형 외톨이’ 생활
- 같이 거주한 할아버지 “손녀 잘못 키운 죄... 유족에게 백배 사죄”

과외선생님을 중개해주는 앱에서 알게된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23)이 명문대 학생이었던 피해자의 신분을 훔치려한 의도도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 출처 : 조선일보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정유정은 2018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별다른 고정적인 직장 없이 사실상 ‘은둔형 외톨이’로 생활해왔다.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단 둘이 살았고, 생계는 할아버지가 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정은 폐쇄적인 성격으로 평소 친구를 만나거나 사회적 유대 관계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출을 하는 일 자체가 드물었고, 집에서 범죄 관련 소설이나 온라인 컨텐츠를 즐겨 봤으며, 이웃들은 평소 말 수가 없고 조용한 성격이었던 정유정이 이런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최근 정유정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정의 할아버지는 “손녀가 다음 달에 공무원 필기시험이 있었다. 독서실, 도서관 이런 곳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내가 손녀를 잘못 키운 죄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유족들한테 백배 사죄하고 싶다. 내 심정이 그렇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유정이 범행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고학력 대학생들이 다수 가입되어 있는 과외 앱을 선정했고, 특히 해당 어플 상에서 인기 있고 높은 학력을 가졌던 피해자를 지목한 점에 주목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의 신분 탈취를 위한 범행으로 의심된다”며 “피해자가 온라인에서 인기있는 과외 교사였지 않느냐. 정유정은 자신의 핸디캡(5년간 무직)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 여성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훔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정유정에 대해 프로파일러 등을 투입해 심리상담을 진행한 것에 이어 추후 반사회적 인격장애, 사이코패스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정유정은 과외 어플에서 자신을 중학교 3학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고 소개하며 피해 여성에게 접근했다. 범행 대상으로 확정한 뒤에는 중고로 교복을 구매하고 피해자 집으로 찾아갔다. 당시 집에 혼자 있던 피해자는 무방비 상태로 공격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포렌식 결과 정유정은 취업을 준비하면서 범행 석 달 전인 올해 2월부터 온라인에서 ‘살인’ 등을 집중적으로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평소에 방송 매체나 인터넷을 통해 범죄수사 프로그램을 많이 보며 살인에 관심을 키운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전에 ‘살인’ ‘시신 없는 살인’ ‘살인 사건’ 등의 검색을 한 데 이어 지역 도서관에서는 범죄 관련 소설도 빌려봤다.

경찰 관계자는 “정유정이 ‘죽은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진술했다”며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