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야구 경기 도중 선수 두명이 충돌해 큰 부상을 입었으나 의료진이 그라운드에 없어 20여분 동안 경기장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상자 중 한 명은 앞으로의 선수 생명이 불투명할 정도의 큰 부상을 입었으나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13일 다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시의 탄천 야구장에서 열린 진영고와 부천고의 고교야구 주말리그 경기 도중 6회말 진영고 수비에서 뜬공 타구를 잡으려는 진영고 좌익수와 유격수가 서로를 보지 못하고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두명 중 1명인 진영고 A군은 안구 골과 턱등 얼굴 부위 7군데가 골절됐고, 치아 5개가 부러지는 등 큰 부상을 입었다. 충돌 직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기 중이던 구급차가 경기장으로 즉시 들어왔으나 당시 현장에 구급차 운전기사 밖에 없어 제대로된 응급조치는 받지 못했고, 병원 측도 응급구조사가 없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부해 이송도 지연됐다.

결국 의료진 없이 20여분간 A군의 얼굴을 뒤덮은 피를 닦아내는 등 초동조치만을 받았고, 진영고 체육교사인 야구부장 선생님이 A군의 머리를 드는 등의 조치에 그쳐야 했다. 부상자들은 그라운드에 그대로 누워 병원에서 출발한 119 구급차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진영고 체육교사는 “처음에 다친 학생이 그라운드에 누워 미동도 하지 않았다”며 “놀라서 달려가보니 약간의 경련을 하고 있었고, 의식이 없지는 않았지만 입안에 피가 나고 있어 호흡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부러진 치아가 입에도 남아 있어 절대 삼키지 말라고 주의시켰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부러진 치아들도 부상을 당한 선수의 부친이 그라운드를 직접 돌며 찾아야 했고, 그마저도 3개는 찾지 못했다.

피해를 입은 고교 팀의 감독은 "보통 경기를 하는 날에 구조사 및 간호사 한 분이 항상 계셨다. 다만 이날엔 야구장 내에서 보지못했다"라며 "뿐만 아니라 해당 구급차 운전자가 '지금 이송할 수 있는 병원이 없다'라며 심각한 상황임에도 병원 이송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격수 수비를 나간 선수는 무릎 부상을, 좌익수는 호흡곤란과 경련까지 보였다. 또 대부분의 치아가 빠졌고 병원소견 결과 얼굴 뼈 골절로 인해 뼈 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경기 감독관이 경기 시작 전에 구급차 이송자에 대해 확인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거란 아쉬움이 크다"

관할 야구협회 '경기 응급 대응 매뉴얼' 규정에 따르면 '경기장 내 응급 구조원 배치는 최소 1명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 경기 시작 전 감독관은 구급차 배치 여부를 살펴 체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할 야구협회는 “협회가 오늘 아침 전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감독관이 경기 시작 전 응급차 배치를 확인했다. 다만 매뉴얼 상 인원이 몇 명인지 확인하는 것은 없었다”라며 “감독관이 대응 매뉴얼에 따라 경기장에 나온 구급차로 병원 이송이 불가하다고 판단, 119를 불러 충돌 발생 후 17분 만에 병원 이송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구급차 운전자가 구조 자격증을 하고 있었다고 거짓 정보를 말했다"며 "협회는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응급대응 매뉴얼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장에 구급차를 파견했던 C 병원 측의 관계자는 “우선 병원 이송 지연 상황에 대해서 착오가 있었다. 통상 구급 이송 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 뒤 결과를 보고 이송한다. 이 과정을 해당 운전자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대응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운전자가 구조 자격증이 있다고 말한 사실은 아닐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당시 병원에선 간호사가 함께 파견됐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추가로 병원 측은 협회에 “인력 부족 등으로 경기 전날 파견이 어렵다고 양해를 구했으나 협회 측이 무조건 나와달라고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협회 측은 “전날 통화한 것은 맞지만 인력 부족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일”이라며 “전화에서 파견 여부만 확인한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결국 응급인력이 현장에 없었던 책임은 병원 측과 협회 간의 진실공방으로 넘겨지는 분위기다.

지난 2000년 4월 18일에 잠실 야구장에선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KBO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2회 2사 이후 2루에 서있던 롯데 故 임수혁이 2루에 진루한 후 갑작스럽게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당시에도 구급차가 현장에 대기하고 있었으나 급성 심정지 상황에 심폐소생술 등 기본적인 응급대처조차 이뤄지지 못했고, 병원으로도 이송이 지연되다 결국 오랜기간 ‘식물인간’으로 지내다 지난 2010년 작고했다.

해당 사건이 흐르고 23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후 응급매뉴얼 등 수많은 대응책이 변화하고 발전해왔으나 여전히 미흡한 응급 대처의 현실을 이날 여실없이 보여준 셈이다.

부상을 당한 학생은 올해 안으로 야구장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프로 지명과 대학 진학 등 앞날에 장대한 영향을 끼치는 시기에 발생한 불행섞인 사고는 그의 앞 날을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임수혁 사건 이후, 수십년간 바뀐게 전혀 없는 현실이다. 프로에서는 많은 대응책이 마련됐을 지라도, 고교야구 등 아마야구에서는 여전히 열악한 환경 속에 수많은 꿈나무들이 꿈을 키워가고 있는 셈이다.

학생 선수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안전이라도 책임져 주어야 한다. 이렇게 또 애꿎은 어른들의 잘못에 한 선수의 야구 인생이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