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엄청난 상승세로 ‘AGAIN 1992’를 노렸던 롯데 자이언츠가 올해도 ‘봄데’로 끝나는 모양새다. 4월과 5월 선두권 경쟁을 펼치던 롯데는 6월에 접어들며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 하위권 팀들과의 연속된 연전에서도 계속해서 밀리며 순위가 끝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15일 롯데는 홈구장인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4-5로 패했다. 이번 경기로 롯데는 한화와의 주중 3연전을 1승 2패 열세로 마쳤다. 화요일(13일) 첫 경기를 승리했지만 이후 2경기를 연달아 졌다.

이 3연전까지 포함해 롯데는 최근 3연속 루징 시리즈를 기록했다. 부산-대구-부산으로 이어지는 비교적 수월한 9연전이었으나 2승 7패를 기록하며 팬들에 실망감을 안겨줬다. 특히나 이번 9연전이 이동거리 등 일정뿐만 아니라 상대한 팀들도 모두 하위권이었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롯데는 6~8일 KT 위즈를 만나 홈에서 3경기를 모두 패했고, 9~11일 삼성 라이온즈에게도 1승 2패를 기록했다. 여기에 이번 3연전에서도 한화에 1승 2패로 고개를 떨군 것이다. 16일 기준 세 팀은 각각 8위(삼성), 9위(KT), 10위(한화)에 머물러 있다.

7달에 가까운 대장정의 리그 속에서 선두권 경쟁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이 바로 하위권 팀을 상대로 착실하게 승수를 쌓는 것이다. 롯데 입장에서는 이번 9연전이 이동거리, 일정, 상대팀 등을 고려했을 때 승수를 쌓을 절호에 찬스를 놓친 셈이다.

6월 들어 확연히 나타나고 있는 부진도 이어가게 됐다. 최근 10경기에서 2승 8패로 부진한 사이 상승세를 타며 치고 올라온 NC에 3위 자리마저 내줬고, 1위 LG와 4.5게임차까지 벌어졌다. 4월과 5월 SSG랜더스, LG트윈스와 3강체제를 구축하며 이들을 밀어내고 단독 1위에 오르기도 했던 롯데는 이제 선두권에서 밀려 중위권 경쟁을 해야할 판이다.

최근들어 확실히 동력을 잃어버린 모양새다. 6월 13경기에서 4승에 그치며 10개 구단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고, 경기력 면에서도 세밀한 작전과 승부처의 집중력, 안정된 마운드 등 그간 보였던 롯데의 강점이 모두 실종됐다.

5월까지 항상 든든하게 리드를 지켜주던 불펜진이 6월 들어 평균자책점 4.62를 기록하며 무너지고 있는 것이 특히 치명적이다. 불펜요원인 좌완 영건 김진욱과 베테랑 김상수는 부진 끝에 2군으로 내려갔고, 필승조에서 활약 중인 구승민과 김도규 등도 최근 실점하는 경기가 많아지고 있다.

타선에서도 잭 렉스, 정훈 등 핵심 선수가 부상에서 돌아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상 컨디션이 아니고, 내야를 진두지휘하던 주전 유격수 노진혁이 옆구리 부상으로 최근 이탈하며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최근에는 수비와 주루에서도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여러차례 보여주며 경기를 이길래야 이길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그 와중에 앞으로의 일정도 순탄하지 않다. 당장 16일부터 2위인 SSG랜더스를 만나고, 그 다음으로는 6월 승률 2위(8승 4패)인 KT, 리그 선두 LG와 차례로 격돌한다. 세 연전 모두 원정경기인 것도 롯데에게는 부담이다. 최근 SSG랜더스가 선발진 붕괴 속 침체에 빠져 있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야구팬들에게 ‘봄에만 잘한다’며 ‘봄데’로 놀림받는 롯데가 올해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선 이번 원정 9연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올해의 롯데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부산과 롯데 팬들, KBO팬들 모두의 관심이 주목되는 이번 9연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