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 폐원, 급격한 반전 맞나... 이사회 앞두고 서울시·국회서 제동

- 서울시, 서울백병원 부지 병원시설로만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 추진
- 국회서도 “자구책 마련 우선” 재단 압박 시작

폐원이 사실상 기정사실화되어 재단 이사회 결정(20일 오후 3시)만 남겨두고 있던 서울백병원이 이사회 결정 직전 기사회생하는 모양새다. 서울시가 부지 활용에 관해 폐원에 제동을 걸었고, 국회도 서울시를 지지하는 듯한 국면이다.


▲ 출처 : 서울백병원

20일 서울시는 서울백병원 폐원 논란과 관련해 도심 내 의료기능을 유지하고, 응급의료 등 그동안 백병원이 행해온 공공의료의 급작스러운 기능 부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도심 내 종합병원의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일괄 추진(서울백병원, 서울대병원, 적십자병원, 강북삼성병원, 세란병원)하는 방침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백병원 부지가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로 결정되면 해당 부지는 병원 등 의료시설로만 활용될 수 있다. 인제학원이 병원 부지를 매각하더라도 병원 시설로만 사용이 가능하다. 서울시는 긴급하게 이런 조치를 마련한 것은 인제학원 측이 서울백병원 부지의 상업적 용도 전환 및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빠른 시일 내에 병원 측과 만나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서울백병원, 서울시, 중구청 등 관련 기관 간 긴밀한 협력 구조도 우선 구축할 예정이다. 또 사립대 법인이 소유한 종합병원 부지는 타 유휴재산과 동일하게 임의로 매각하거나 용도를 전환할 수 없도록 교육부에 건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오세운 서울시장은 “서울백병원처럼 사람의 생명을 책임지는 사회적 책무가 따르는 의료기관은 지역사회에 대한 소명을 갖고 그 역할을 지속해 나가야한다”며 “서울시도 함께 다각도로 고민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해당 조치가 알려지자 국회에서도 서울백병원 폐원에 반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이 곧바로 열렸다.

서울백병원이 위치한 서울 중구를 지역구로 뒀던 지상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인제학원 측에 일방적 폐원 추진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한편, 글로컬대학사업 선정을 위해 사전에 서울백병원 폐원을 결정해뒀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지 전 의원은 “서울 중구의 유일한 대학병원인 서울백병원은 비영리 의료기관으로서 공공성을 갖는 기관”이라며 “재단, 교수협의회, 노조, 외부전문가 등을 포함 민주적 절차를 가진 기구를 마련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경영 상황을 진단한 후 정상화 노력을 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했다.

이어 “부산일보 기사에 인제학원이 교육부에 제출한 글로컬대학 사업 계획서에 서울백병원 부지를 매각한 이후 활용방안 내용도 담겼다고 하는데, 지금은 기사에서 그 부분이 삭제됐다”며 “교육부도 이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해달라. 그렇지 않으면 국회 교육위원회나 보건 복지위원회를 통해 들여다볼 것”이라고 요구했다.

국회 교육위 소속인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은 “서울백병원 구성원들의 절실한 마음이 전달되길 바란다”며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인제대와 충분히 소통해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도 재단 측에 폐원을 철회하고 대화에 나서달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 조영규 회장은 “아무리 사립병원이더라도 병원은 공공성을 갖는다. 적자를 뛰어넘는 가치가 있다면 적자를 무릅쓰고서라도 지켜야 한다”며 “우리 병원이 갖는 문화적 가치, 공공의료기관으로서 가치가 7~8억 규모의 적자보다 작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 오행진 교수도 “서울백병원은 국내 의료 특히 외과의 뿌리 같은 곳이다. 여기서 생사를 달리한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의 자산이기도 하다”며 “적어도 폐원을 결정함에 있어서 심사숙고하고, (구성원들과) 같이 공감하고 동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노조 서울백병원 지부 김동민 지부장은 “불안해 하는 환자들을 바라봐야하는 직원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병원과 재단을 운영하는 운영진들의 마음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이사회가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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