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간 ‘영아살해’ 확정판결문 10건 분석한 결과 5건은 집행유예
- 살인보다 현저히 낮은 형량... “처벌 강화 필요성과 양육지원도 함께 돼야”
최근 수원에서 출산한 영아를 살해하고 냉장고에 보관해온 30대 친모가 영아살해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지난 2년동안 영아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은 이들의 절반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다. 영아실인죄가 유독 형량이 낮은 이유는 살인죄나 존속 살인죄와 달리 감경해 처벌하기 때문인데, 해당 감경조항은 형법이 제정된 이후 70년이 지나도록 수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영아 살해’ 혐의로 처벌받은 확정 판결문 10건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 모두 3년 이하의 처벌을 받았고, 그 가운데 5명은 집행유예 형량을 선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사례로 살펴보면 술집에서 한 남성을 만났다 임신을 하게 된 19살 A씨는 가족에게 이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 임신 사실을 숨긴 채 집에서 홀로 출산했고, 영아를 살해해 주검을 유기했다. 법원은 A씨가 가족에게 혼날까봐 극심한 두려움 속에 저지른 범행이라는 이유를 감안해 A씨에게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친아빠가 불분명한 아이를 낳았다가 직후 살해하고 주검을 인근 야산에 유기한 27살 B씨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됐다. 법원은 남자친구의 아이(추후 밝혀짐)임에도 아니라고 생각해 살해해 죄책감과 상처가 크다는 B씨의 사정을 참작했다.
형법 제251조 영아살해에 관련된 부분을 보면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만한 동기로 인하여 분만중 또는 분만 직후 영아를 살해할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형법 제250조에서 살인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존속살해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한 부분과 상충된다.
살인과 존속살해의 경우 최소 형량을 정해 징역 3년 이하로 내려졌을 때 판사가 내리는 집행유예의 가능성을 아예 없앴지만 영아살해의 경우 ‘징역 10년 이하’로 최고 형량만 규정해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는 것이다. 해당 영아살해의 규정은 1953년 형법이 제정될 당시 만들어진 후 단 한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1950년대와 달리 현재는 일부 합법적 낙태 시술도 가능해지고, 가정위탁 등 가정 복지 제도가 생겨난 만큼 영아살회죄를 그 때처럼 감경해 처벌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낙현 전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지난 2010년 “피임방법의 발달, 사생아 양육에 대한 사회적 배려에 따른 인식 변화 등을 고려한다면 영아살해죄 규정을 지금가지 지탱해온 사회 일반 가치관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소속 신수경 변호사는 “영아살해죄처럼 가해자의 특수한 사정 등 주관적인 요소를 갖고 감경을 해주는 법조문은 드물다. 또한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설해 살인보다 엄하게 처벌하는 요즘 영아살해죄의 감경 취지는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영아살해 범죄에 일반 살인이나 아동학대 살해죄를 적용하되 친모에게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양형에서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미혼모의 영아살해 이유를 들여다보면, 가족과의 교류가 단절된 상태에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하는 등 현재의 정부 지원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영아살해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미혼모의 지원 강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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