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사소송서 사고기록장치 신뢰성 등 8가지 주요 쟁점 두고 양측 서면으로 공방 주고 받아
- 자동 긴급제동장치·브레이크 오버라이드·지붕 결함 등도 쟁점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운전자인 60대 여성이 크게 다치고 뒷자석에 타고 있던 손자가 사망한 가운데 책임소재를 둘러싼 민사소송에서 운전자 측과 제조사 측이 치열하게 서면 공방을 펼쳤다.
29일 운전자 A씨(원고)의 소송 대리를 받은 하종선 변호사에 따르면 제조사와 운전자 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에 제출한 준비서면을 통해 8가지 주요 쟁점에 관해 조목조목 공방을 주고 받았다.
양측의 공방에서 쟁점이 된 8가지 사항으로는 사고기록장치(EDR) 신뢰성 외에 자동 긴급 제동 장치(AEB) 미작동,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시스템(BOS) 미작동, 지붕(루프)설계 결함 등이 있다.
운전자 측은 사고 전 ‘전방 추돌 경고’가 울린 것이 확인되면서도 자동 긴급 제동장치(AEB)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제조사 측은 ‘AEB는 가속페달 변위량이 60% 이상이라면 해제된다’, 즉 60% 이상의 힘으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면 AEB가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차량의 결함을 부정했다.
가속페달 변위량이란 가속 정도를 퍼센테이지(%)로 변환해 나타내는 기록으로 99%부터 ‘풀 악셀’로 분석한다.
또한 제조사 측은 사고 차량에는 전방 레이더가 없고 전방 카메라만으로 AEB가 작동한다며 전방 추돌 경고음이 울렸어도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운전자 측은 ‘전방 레이더 모듈이 없는 AEB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며 이는 곧 설계 결함에 해당한다고 다시 반박했다. 전방 카메라 모듈에만 의존하는 AEB는 ‘반쪽짜리’이며 해당 설계를 채택한 것은 명백한 설계 결함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사고 차량의 당시 속도로 봤을 때 가속페달 변위량은 60%가 되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폐쇄회로(CC)TV를 통해 사고 차량에서 전방 추돌 경고 울렸을 당시의 속도를 살펴보면 시속 43~44km밖에 되지 않아 가속페달 변위량이 60%를 넘기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제조사 측은 사고차량에서 급가속 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시스템(BOS)이 장착되어 있다는 점도 급발진이 아니라는 주요 근거로 제기했다. BOS는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페달을 동시에 밟았을 경우 브레이크 페달에 먼저 우선순위를 주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가속 페달을 100%로 밝고 있더라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바로 가속을 중단하고 제동이 이뤄지는데 A씨가 조작 당시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았기 때문에 BOS 장치가 존재함에도 제동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이에 대해 운전자 측은 제조사가 BOS를 과대 포장하며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며 ‘BOS는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시에는 작동하지 않아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BOS는 ECU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발생 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기능임에도 마치 어떤 상황에서든 브레이크를 밟기만 하면 BOS가 작동해 급발진이 멈추고, A씨가 가속 페달만을 밟아서 제동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제조사 측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ECU는 자동차의 주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사람으로 치면 두뇌에 해당한다.
운전자 측은 줄곧 급발진 사고가 ECU 소프트웨어의 결함에 의해서 발생했는데 EDR만 분석하는 수사 기법에 의문을 제기하며 ECU를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운전자 측은 지붕(루프) 부분의 설계 결함도 지적하며 차량 몸체 자체에 대한 결함도 지적하고 있다. 지붕이 과도하게 찌그러지며 12세 손자의 머리를 강하게 충격해 사망에 이르렀는데, 사고 당시의 차량 모습을 보면 뒷자석 지붕에 구멍이 뚫릴 정도로 지붕의 강도가 과도하게 약했다는 주장이다. 사고의 충격으로 지붕이 찌그러질 수는 있어도 뚫림이 생길 정도로 약한 것은 설계결함이라는 의견이다.
이에 제조사 측은 사고 차량에 장착된 지붕은 고장력 철판으로 설계되어 한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통과했고, 국토교통부 소관 안전도 평가프로그램(KNCAP)의 충돌 안전성에서 별등급 산정기준 ‘5스타’를 받아 안정성이 공인된 모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므로 사고 차량에 충돌을 견디지 못하는 지붕을 설치했다는 운전자 측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운전자 측은 결과만 내세울 게 아니라 공차중량대비 지붕강도 지수가 얼마인지, 롤오버(전복) 시험과 측면 충돌시험 결과를 밝히고, 지붕 부품의 구조와 재질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 양측은 사고 당시 발생한 '웽'하는 굉음과 머플러(소음기)에서 흘러나온 액체, 도로상 타이어 자국, 흰 연기에 대해서도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EDR 기록의 신뢰성과 가속제압장치(ASS) 미장착 설계결함 여부, 브레이크등 점등과 ECU와의 상관관계, 운전자의 페달 오인 가능성 등을 두고 각자의 논리와 서로의 주장을 배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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