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의 킬러문항을 배제하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결정하면서 국내서 지속적으로 논의가 오가고 있는 가운데 주요 외신 중 하나인 CNN이 한국의 사교육 과열을 집중 조명했다.

1일 CNN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의 출산율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8시간짜리 시험(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없앤다’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하며 지난해 수능을 치르고 있는 수험생의 사진을 메인으로 올렸다.

CNN은 “한국에서 아이를 육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글을 시작한 해당 기사는 “아기가 걷기 시작할 무렵부터 많은 부모들이 명문 사립 유치원을 찾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어린 나이부터 교육 현장으로 내모는 이유에 대해 이들이 18살 때 수능을 높은 성적으로 통과해 명문대생이 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 자녀가 수능을 치르기까지 부모와 수험생 모두 ‘고되고 값비싼 여정(an arduous, expensive journey)’을 치러야 한다고 표현했다.

이런 현실이 학계와 당국, 교사, 학부모 등 모두에게 교육 불평등을 느끼게 하고 있고, 청소년들의 정신적 문제 원인이자 출산율 급갑의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한국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조치를 취해 대학 입시를 더 쉽게 만들려는 노력으로 수능 킬러문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CNN은 보도에서 고유명사 그대로의 ‘Hagwon’이라고 표현하며 “한국에선 학생들이 한국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학원’으로 알려진 사설 학원이나 추가 과외를 받고 집에 와서도 새벽까지 공부하는 것이 흔하다”고 한국 사교육의 실태를 전했다.

이어 “킬러문항은 두통을 유발하는 고급 미적분부터 모호한 문학 발췌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며 “이 악명높은 문항엔 간혹 공립학교 교육 과정에는 다루지 않고 있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부당한 이점을 제공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국 교육당국이 킬러 문항을 제거하려고 시도하는 것이 이런 과도한 사교육 세태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과한 사교육 세태를 ‘극한의 생존 경쟁’(rat race)라고 설명한 CNN은 “한국은 교육비 때문에 자녀를 18세까지 키우는 데까지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나라로 정기적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CNN은 “최근 16년 동안 한국 정부는 2000억 달러(약 263조 원) 이상을 쏟아부으며 출산을 장려해왔다”면서도 “지금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대체로 효과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활동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은 고착화한 성 규범을 해체하고, 일하는 부모를 위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더 깊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킬러 문항 배제와 관련해선, 오는 11월 수능을 준비해온 수많은 고교생의 불만을 불렀고 이들은 급작스러운 변화에 마치 "기습당한 기분"을 느낀다고도 전했다.

또 CNN은 한국 내 극심한 사교육비 부담도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은 사교육에 총 200억 달러(26조 원)을 지출했다며 이는 아이티(210억 달러)와 아이슬란드(250억 달러)와 같은 국가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초중고 전체 학생의 78.3%가 사교육을 받고 있을 정도로 소득 수준과 관계 없이 많은 한국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자원을 쏟아 붓는 이유는 "뒤처질 것이 두려워서"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CNN은 "사교육 열풍을 없애는 길은 킬러 문항을 없애거나 수능 난도를 낮추는 게 아니다. 학벌과 상관없이 안전하고 좋은 보수를 받는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한 트위터 이용자가 적은 글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