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폐기 원인, 타직역과의 소통 부재”

- 간호법 대안 모색 토론회서 ‘소통부족’ 지적 이어져
- 이주열 교수 “간호사만 미래지향적인 법안... 간무사 등은 답습”
- 간협 “직역간의 협치하는 내용 포함해 다시 법안 마련” 재추진 시사

국회에서 간호법이 폐기된 원인에 대해 타 직역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나온 가운데 대한간호협회가 간호법에 직역 간 협업 내용을 담아 재도전하겠다고 밝혔다.


▲ 출처 : 유튜브

6일 선진복지사회연구회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개최한 ‘간호법 대안을 모색하다- 의료·요양·돌봄 통합서비스 운영을 위한 해결과제’ 토론회에선 간호법 제정 과정에 대한 분석과 지적이 이어졌다.

먼저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는 간호법을 제정하며 의료법에서 독립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타 직역과의 논의와 조정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간호법에 함께 담겼던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 관련 내용이 부족하다고도 말했다.

이 교수는 “간호법의 취지가 다가오는 고령화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법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간호법 초안에는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가 포함됐다. 그러나 간호사에는 미래지향적인 내용이 담긴 반면 두 직역은 기존법을 그대로 답습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도 총 20개의 직역이 포함돼있다. 간호법은 여기서 간호사만 빠지겠다는 듯”이라며 “보건·복지 연계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와 조정이 필요함에도 이를 간과해 타 직역에서 민감하게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직역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에도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새롭게 추진되는 간호법에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교수는 “간호법 제정 과정에서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듯한 복지부의 모습에 한계를 느꼈다. 복지부는 직역 단체 사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리더십을 가지고 간호법 대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이만우 선임입법조사연구관은 간호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지역사회 통합돌봄 관련 직역 간 협의를 이끌어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관은 “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간호돌봄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확대된 만큼 입법 목적과 취지는 정당성이 있다”며 “그러나 실질적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 관련 직역 간 협치를 이끌어내는 법안이었는지 묻고 싶다. 협치의 근거와 원칙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법 내 ‘지역사회’ 문구로 대한의사협회와 간협간의 첨예한 논쟁이 촉발된 것에 대해 “불필요했다”며 “통합돌봄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간호사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중앙대 생리학과 이무열 교수도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선 간호법이 아닌 의료현장 내 직역 간 상호존중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무열 교수는 “약사법이 약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인 것처럼 간호법도 간호사를 보호하는 법안이다. 그러나 직역간의 소통이 부족했다”며 “의사들로 의료법이라는 규제에 있고 싶겠나. 같이 소통하며 법안을 만들어갔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간호법이 간호사 처우 개선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것”이라며 “상호 직역과 전문성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 간호사들이 의료현장을 떠나지 않으려면 전 직역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나임주 교수는 간호법이 ‘부모돌봄법’이라며 지역사회 돌봄을 강조했으나 정작 지역사회에서 협업할 직역들을 설득하지 못했다고 한다.

나 교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범사업에서 여러 직역이 협업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간호법은 이와 무관한 주장을 하고 있다. 도리어 간호법이 다른 직역을 지배하려는 이기적인 측면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부모돌봄을 개선하려면 간호법 제정이 아닌 노인장기요양보험 관련 인력 중 다수를 차지하는 요양보호사의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22년 6월 기준 요양보호사 수는 53만 8597명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 인력의 90%를 차지했다.

나 교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에는 사회복지사, 의사, 간호사 등 다양한 인력이 있지만 요양보호사가 거의 90%를 차지하고 있다”며 “부모돌봄을 개선하려면 요양보호사 자격시험 제도·보수교육 강화 등 질적 향상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간협 최훈화 정책전문위원은 간호법의 입법 취지가 돌봄시장을 독점하려는 것이 아닌 간호사가 지역사회에서 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었다고 해명했다.

최 위원은 패널로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토론회에 간호법 관련 직역 중 간협만 참여할 경우 좌우 형평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로 청중석에 자리했다.

최 위원은 “간호법으로 돌봄시장을 석권하려고 하지 않았다. 의사와 간호사는 의료행위를 하지만 진료와 간호는 다르다. 간호의 근간은 돌봄이기에 간호 관련 인력을 포함해 법안을 발의했다”며 “지역사회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의료법에 묶여 있어 콧줄 하나도 건드릴 수 없다. 의료법 위반으로 고소·고발 당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 간호법 내 ‘간호사 등’이라는 표현을 통해 간호사 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를 위한 내용도 담았다며 “병원장에 의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고용 위헙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처우 개선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강화했다. 그래서 간호사법이 아닌 간호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간협은 한 차례 실패했다, 그러나 오늘 지적사항을 토대로 직역간 상호를 존중하고 협치하는 근거 기반의 간호법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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