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韓 여자골프, 탑 100에 6년 사이 10명 줄어

한 때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으며 세계 여자 골프 무대를 쥐락펴락 했던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이 최근 수년간 탑 100 랭킹에서 10명 가까이 줄었다. 여전히 탑 100 랭킹 안에 가장 많은 선수들이 있는 국가이지만 6년 사이 급감했다.


▲ 현 세계랭킹 1위 고진영

지난 18일 발표된 롤렉스세계여자골프랭킹에 따르면 고진영이 여전히 1위에 오르며 역대 최장기간 선두에 올라있으나 2위 넬리 코다에 턱 밑까지 추격을 허용해 위태로운 상황이다.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탑 10에 항상 4~5명씩 이름을 올렸던 한국 선수들이 8위 김효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20위 권 밖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지난해 메이저에서 우승한 전인지가 한 계단 떨어져 22위를 차지했고, 최근 US여자오픈에서 35세에 나이를 거스른 신지애가 24위에 올랐다. 그 뒤로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표 주자인 박인지가 26위, 최혜진이 29위에 올라있다.

몇 년전까지 탑 10에도 즐비했던 한국 톱 랭커들의 빈 자리는 누가 차지했을까. 한국 선수가 빠진 톱 랭커 자리에는 올 시즌 메이저를 우승하고 첫 승을 거둔 ‘신예’ 선수들이 자리했다. 릴리아 부(미국, 4위)를 시작으로 인훠닝(중국, 5위), 알리슨 코프즈(미국, 6위)가 차지했다.

최근, 한국선수들의 메이저를 비롯한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횟수가 줄어든 것은 물론 상위랭킹에도 쉽게 들지 못했다. 지난해 4명의 선수가 메이저 1승을 포함해 4승을 올렸으나 올해에는 절반 넘는 대회를 치뤘음에도 고진영의 2승이 전부다.

지난 US여자오픈을 마친 11일 기준으로 매년 2번에 걸쳐서 집계하던 남녀 세계 100위 랭킹의 변화를 살펴보니 의미있는 수치의 변화가 있었다. 한국 선수는 100위 이내에 30명이 포함되어 가장 많았고, 그 뒤를 미국이 19명, 일본이 16명으로 3개국 출신이 55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세계 100위 이내에 드는 나라가 32개국으로 늘었다. 북아일랜드(스테파니 메도우, 86위), 스위스(알바니 베네주엘라, 67위), 인도(아디티 아쇽, 46위), 체코(클라라 스필코바, 96위)는 이전까지 100위 이내 선수가 없거나 드물게 존재했으나 이제는 상수가 됐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 여자 골퍼 100위 랭킹에 드는 나라는 15개국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두 배로 늘었다.

여자 골프의 판도가 글로벌화되고, 우수한 선수들을 배출하는 나라가 많아지는 것은 골프의 세계화와 확장성을 생각하면 아주 좋은 신호다. 하지만 한국 선수의 상위 장악력을 보면 다소 암울한 것도 사실이다. 6년 전인 2017년에는 세계 100위 안에 40명이 한국 선수였고, 미국에서 한 해 10승도 쉽게 올렸다.

최근 6년간의 변화를 보면 한국 여자 선수들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코로나19 이후로 더 올라갔다. 또한 KLPGA 대회 랭킹은 일본 여자대회보다도 높게 평가받곤 한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한국 선수들이 세계 랭킹 상위권에서 줄어들고 있다.
우선 LPGA투어로 가는 선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LPGA대회는 KLPGA대회보다 상금이 평균 4배 이상 많고, 더 잘하는 선수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랭킹에서도 2배 이상의 포인트를 받는다. 하지만 우수한 어린 선수들이 LPGA투어로 가지 않거나 못간다.

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들은 최근 수년째 비슷한 선수들이 활동을 이어가는 정도다. 고진영만 해도 6년차다. 신인으로는 2년차 안나린, 최혜진에 1년차는 유해란 정도가 존재감을 보인다. 한국의 실력 있는 유망주 중에 미국LPGA투어 무대로 향하는 숫자가 줄었다.

미국무대로 향하는 유망주가 적어진 것은 KLPGA 협회가 막고 있는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국내 투어 숫자가 늘면서 2019년부터는 국내 동일 대회가 열리는 기간에 LPGA투어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벌금을 주었고, 지난해부터는 국내에서 열리는 LPGA투어를 ‘비공인’으로 규정하고 국내 선수의 출전 자체를 막고 있다.

국내 우수 선수를 해외에 유출시키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밖에 볼 수 없는 KLPGA 쇄국 정책이 이같은 결과를 불렀다면 현재 한국이 누리는 세계 랭킹 1위가 언제 허물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KLPGA는 구한말의 쇄국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2017년 한국에서 열린 LPGA투어에서 우승해 미국으로 나가 세계 정상에 오른 고진영 한 명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 세계 랭킹은 모래성과 같다. 고진영을 비롯해 LPGA투어 특급을 타고 큰 무대를 경험했던 6명의 성공 사례는 협회의 쇄국정책이면 더 나오기 힘들다.

KLPGA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고 문체부 사무검사까지 받았으면서도 올해도 국내 LPGA대회 BMW레이디스를 비공인 대회로 삼을 생각이다. 뛰어난 KLPGA 선수라도 국내 투어만 뛰어야 한다. 그렇게 한국 선수들의 랭킹이 잔잔한 바닷 물결에 모래성처럼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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