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이 다 되도록 양육의무를 저버린 채 가족을 떠났던 친부가 아들이 사망하자 재산 상속을 요구한 사연이 알려지며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24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약 27년간 홀로 두 아들을 키워온 여성 A씨가 양육비를 한 푼도 준 적이 없는 전남편 B씨에게 자녀 재산 상속을 요구 받고 있는 사연이 소개됐다.
사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1990년대 초반 이혼한 이후로 B씨는 A씨에게 양육비를 단 한 차례도 지급하지 않았고, 연락도 두절된 상태였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두 아들을 키운 A씨에게 또 한 번의 재앙이 찾아왔다. A씨의 막내 아들이 30대 초반의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당시 두 아들은 성인이 된 후 대출을 받아 함께 장사를 해온 성실한 청년이었다.
겨우 마음을 추스린 A씨에게 둘째 이름으로 된 상가 점포와 아파트 분양권, 자동차 등 보유 재산을 처분하려하니 공동 상속인인 친부의 동의가 필요해 전남편을 찾아간 계기를 설명했다.
그러나 27년 만에 마주한 B씨는 A씨에게 믿을 수 없는 말을 했다. B씨는 A씨의 사정을 듣더니 죽은 둘째 아들 명의의 재산의 절반을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들의 채무는 갚지 않고 무조건 재산만 절반 나눠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에 A씨는 B씨에게 상속재산 분할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평생 아버지 노릇을 하지 않은 사람이 27년 만에 나타나 재산을 나눠달라면 나눠줘야 하는 것이냐”고 억울해했다.
이에 조윤형 변호사는 안타깝지만 현행법상으로 B씨의 상속 자격이 법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맞다고 판단했다. 조 변호사는 “부양이나 양육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상속인에서 제외하는 법 조항은 현재는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둘째 아들의 재산에 대한 어머니의 상속분을 더 많이 인정 받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고 봤다. 조 변호사는 “민법에는 상속분을 더 인정하는 기여분 제도가 있기는 하다”면서도 “하지만 아주 드믈고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어머니로서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로 보기 때문에 특별 부양으로 인정받기는 다소 어려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다만 A씨가 B씨에게 그동안 받지 못한 양육비를 청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봤다. 조 변호사는 “이혼 당시 자녀의 양육비에 관해 구체적으로 합의한 것이 없다면 소멸시효가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충분히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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