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직하고 개원준비하는 의료진도 多... “서로 껄끄러운 어색한 상황”
- 일반 직원, 간호사는 부산 혹은 일산으로 전보... 의사들은 아무 대책 없어
서울백병원이 문을 닫겠다고 고시한 시점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으나 근무하던 의사들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마련되지 못하고 있어 먼저 병원을 떠나는 의료진이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남아있는 의사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간호직과 일반직은 전원 부산백병원으로 발령하려던 계획을 변경해 수도권 소재의 상계백병원과 일산백병원으로도 일부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부산백병원으로 전보될 직원들에게도 지원을 확대했다.
6월을 기준으로 서울백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구성원은 총 386명으로 전임교원 28명, 비전임교원 19명, 인턴 7명, 간호직 199명, 일반직 133명이었다.
서울백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인제학원 측은 지난 7월 31일 ‘서울백병원 폐원에 따른 직원 전보 및 지원안’을 새롭게 노조에 제안했다. 해당 지원안에 따르면 상계·일산 백병원이 충원할 수 있는 인원 내에서는 우선순위를 정해 발령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후순위자로 밀린 인원은 부산 지역으로 발령하지만 일산백병원 증축이 완료되고 적자에 빠져있는 상계백병원 경영이 정상화되면 이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고도 밝혔다.
다만 부산지역으로 전보되는 인원에 대한 지원도 확대했다. 임금과 정착지원금, 교통비 지원안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이사비의 경우 기존 4인 가족 기준 140만원에서 최대 400만원으로 확대됐다. 또한 미성년 자녀 1인당 전학 지원비 50만원과 영업일 기준 8일 유급휴가도 지원한다. 유급휴가는 전보일 후 1년 이내 사용해야 한다.
발령 시 희망 병원과 부서, 직무 등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최대한 존중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에 서울백병원 측은 최근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 병원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2일부터는 별도의 면담도 갖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백병원지부 김동민 지부장은 사측이 진행하는 만큼 면담에서 어떤 내용이 오갈지는 알 수 없다“며 ”그러나 면담에서 직원들을 부산쪽으로 가도록 압력을 가한다면 면담을 즉각 중단하겠다고 사측에 사전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반 직원과 간호직과 달리 어떤 인사 발령 계획도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의사들은 개별적으로 거취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의사의 발령과 관련해 이미 병원 측에 문의했으나 병원 측은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의사 중 일부는 이미 사직했거나 개인적으로 개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교수 중 30%가 비전임 교수인데 병원 측에서 폐원일 이후 비전임 교원에 대한 책임은지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계약 기간이 폐원 이후까지 이어져있다면 책임을 지는 것이 맞지 않느냐. 비전임 교원 중 일부는 이미 사직했다“고 전했다.
이어 ”전임 교원 중에서도 이런 상황이 힘들어 사직서를 낸 이들도 있다. 이에 8월 말부터 다른 병원에서 근무하기로 이미 계약했거나 개원을 준비하고 있는 교수들도 있다“며 ”정확한 사직 인원을 파악하지는 못했다. 서로 묻기도 껄끄러운 상황“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8월 말까지 진료하고 사직하기로 한 교수들도 남아 있는 휴가를 처리해야 한다. 병원 측에서는 교수에게 연차수당 지급이 어렵다고 한다. 이에 휴가를 소진하려면 8월 중순부터 자리를 비우게 될 것"이라며 "교수 한 명이 없어지면 병원 전체에 미치는 타격이 매우 크다. 하지만 병원은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했다.
의사가 줄면서 오는 9월 이후 예약자에 대한 진료를 마치는 것도 빠듯하다고 했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 의료진에게 오는 17일까지 재원 환자 퇴원·전원을 완료하고 31일까지 진료의뢰서(진단서) 발급과 외래 예약 환자 등 진료를 종료하도록 안내한 바 있다.
그는 “9월 이후 예약자만 5,500여명이라고 들었다. 이들의 진료 일정을 당기지 않으면 환자들은 의뢰서도 못 받는다”며 “직원들이 일일이 전화해 처리하고 있지만 혼란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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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