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측이 다음달 내로 간호법안 제정을 재차 발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가운데 법안이 발의되더라도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4일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이 간호법 재발의를 결정하면서 앞서 직역간의 갈등의 원인이 됐던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문제와 지역사회 문구 삭제 등을 고려하고 있다. 논란과 충돌 여지를 사전에 제거해 직역간의 갈등을 줄여 법안 통과의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해단체간의 갈등을 배제하더라도 간호법을 통과시키기엔 이미 늦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문제인 정부와 여당이 여전히 완곡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보건복지부와 국민의힘 측은 간호법안이 수정되더라도 이를 통한 방법이 아닌 기존 의료법 개정, 정책개선 등을 통해 간호사 처우개선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간호법 폐지 이후 “국가가 책임지고 간호사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언급하며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아울러 정부는 간호사 교대제 개선사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대체·교육전담 간호사 인건비 기준단가를 연간 4200만 원에서 57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가 하면 개선 사업 정부 지원율도 종합병원과 병원급에 기존 70%에서 80%로 상향시킨 상태이다.

여당은 간호법을 대신할 의료법 개정을 시사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간호인력 처우 개선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5년마다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각 시·도에 간호인력 취업교육센터를 의무적으로 설치·운영하는 내용을 포함한 의료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해당 안에는 간호법에서 문제가 됐던 간호조무사 자격시험 응시요건의 학력 상한선을 폐지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종성 의원의 개정안은 정부 논의를 거쳐 윤재옥 국힘 원내대표에까지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 차원에서 해당 법안을 간호법안의 대안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만약 야당 측이 간호법을 재차 발의하더라도 여당과 정부는 이미 간호사 처우개선 정책이 정부 차원에서 마련되고 있고,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간호법 통과의 실효성을 지적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민주당 내에서도 간호법 제정의 강경파로 꼽히는 김민성 정책위원회 의장의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것도 변수다.

김 의장은 최근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되며 제대로된 의정활동을 하지 못했다. 김민석 정책위 측근은 “현재는 몸상태가 모두 회복되어 의정활동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한동안 어느정도의 재활치료 등은 병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의장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강한 간호법 추진 강경파 인물이다. 지난번 간호법 중재안 수용 여부를 논의할 당시에도 야당 내에서 중재안 거부를 매우 강력하게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간호법 강경파 의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김 의장의 건강이 재차 악화된다면 이는 향후 간호법 추진에 있어서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국회 관계자는 “간호협회가 새 간호법을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법안 재발의를 위해선 어느 정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선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 김 의장이 건강 문제로 고생하고 있다. 야당 내 가장 강력한 강경파 주축인 김민석 의장의 건강 악화가 간호법 추진에 있어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