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가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대심도 빗물 배수시설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이 사업을 추진했다가 10년 이상 늦어지면서 당시와 비교해 5648억 원을 더 써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계획 당시 이를 추진했다면 수천억 원에 이르는 세금 절약은 물론 몇 년 사이 계속 발생한 인명과 재산피해도 막을 수 있을 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는 지난해 8월 115년 만에 내린 많은 비로 도심 곳곳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자 대심도 터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대심도 터널은 40~50m 지하에 큰 빗물용 터널을 건설해 폭우가 내릴 때 많은 양의 빗물을 보관하다 비가 잦아들면 하천이 감당할 수 있을만큼 서서히 방류하는 터널이다.
시는 대심도 터널 1단계 사업지로 강남역과 광화문, 도림천 일대의 3곳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역은 지형이 완만한 U자형태로 이뤄져 큰 비가 내렸을 때마다 침수가 되는 등 많은 피해를 봐온 지역이다. 1단계 사업은 이르면 2027년쯤 완공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대부분 도심지로 이뤄진 탓에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곳이 많은 탓이 갑작스럽게 많은 양의 빗물을 흡수하기엔 무리가 있다. 시의 평균 불투수율은 53%이며,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90%가 넘는다. 때문에 대심도 터널을 통해 빗물에 의한 홍수를 막겠다는 대책이다. 그러나 사업비가 1조 4150억 원에 달해 막대한 서울시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심도 터널이 처음 계획된 것은 사실 최근이 아니다. 풍수해대책으로 처음으로 제시된 것이 2011년이었으며, 당시 사업비는 8502억 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정책이 미뤄지고 백지화되면서 지금은 5648억 원을 더 써야하는 상황이다.
2011년 당시 서울시도 유례없는 집중호우를 겪은 뒤였다. 2011년 7월 26일~28일 3일간 내린 강우량은 587.5mm로 1907년 기상관측 시작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이에 현 1단계사업지를 포함해 신월, 사당역 등 총 7개 곳에 대해 대심도 터널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2011년 10월 27일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취임하며 이는 완전히 뒤집혔다. 박 전 시장이 구성한 ‘희망서울정책자문위원회’가 대심도 터널 건설을 완강히 반대했다.
당시 희망서울자문위에 참여했었던 한 토목공학과 교수는 2011년 11월 9일과 이듬해 1월 8일 각각 열렸었던 대심도 터널 관련 회의에서 “7개 대심도 터널 건설은 (2011년 7월 집중호우 이후) 급하게 마련된 것이라 효용성에 의문이 든다”며 “홍수량도 과다 계산 되어 있다” 등 부정적인 의견을 여러 차례 냈다.
환경 전문가로 참여한 다른 자문위원도 빗물이 땅에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도시 정책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시 안팎에선 자문위가 대심도 터널을 4대강과 같은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단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당시 시 핵심간부는 “대심도 터널을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몰아붙일 게 아니라 수해대책 방안으로 살펴야 한다”고 건의했으나 소용없었다.
이후 2012년 ‘제3차 수방정책 시민 대토론회’에서 나왔던 많은 시민의 대심도 터널 도입 의견도 묵살된 채 박 전 시장이 주재한 전문가 회의에서 반대로 결정이 났다. 결국 7개 대심도 터널은 사실상 백지화된 채 신월역에서만 추진되고, 나머지는 하수관 정비 및 빗물 펌프장 신설, 증설 등으로 사업이 대폭 축소됐다.
그러나 지난해 115년 만에 가장 큰 비가 쏟아지며 인명피해까지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꼭 필요했던 사업이 손바닥처럼 뒤집히면서 결국 주민 세금 5648억 원이 더 쓰이게 됐다”고 토로했다.
대심도 터널이 미뤄진 사이 서울엔 장마 때마다 크고 작은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강남역과 광화문 등 대심도 터널 건설이 취소된 6개 지역 내 발생한 수해에 따른 누적 복구액만 최근 5년간 450억원이다. 보험사에서 별도 집계하는 자동차 침수피해액을 더하면 복구액은 더 늘어난다. 같은 기간 9명이 집중호우 피해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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