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中은 있는데 한국만 없는 ‘mRNA’ 백신, 정부 지원도 ‘글쎄’

서유림
발행 2023-08-25 13:52

- 日, 자국 다이이찌산쿄 mRNA 백신 ‘다이치로나’ 허가... 중국서도 자체개발 백신 접종
- 한국, 여전히 해외백신 의존도 높다... 아이진·큐라티스 등 임상 나섰지만 정부 지원 미진
- “1년에 2번은 코로나19 유행 지속될 것... 고위험군에겐 백신 꼭 필요해”

중국에 이어 일본도 잇따라 자체 개발 코로나19(COVID-19) 백신을 확보한 것에 반해 국내에서는 아직 개발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어 백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잘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은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mRNA 코로나19 백신 ‘다이치로나’가 허가됐다. 이는 지난 3월 중국이 스야오그룹의 백신을 허가한 것에 이어 동아시아 내에서 자국 백신을 허용한 2번째 사례다.

코로나19 초기부터 핵산 전달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다이이찌산쿄 측의 노력이 정부 지원과 맞물려 성과가 도출됐다는 평가다. 그간 일본 정부는 시오노기 제약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뿐 아니라 백신 개발에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이에 일본은 자국민을 위한 백신, 치료제 ‘주권’ 모두를 확보하는 것에 성공했다.

다이치로나는 18세 이상 성인 대상 임상에서 화이자, 모더나와 유사한 수준의 바이러스 중화항체를 생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다이치로나는 코로나19 오리지널 균주에 대응에 개발된 탓에 현재 우세종인 오미크론 하위변이에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일본이 mRNA 플랫폼을 활용해 백신 개발을 성공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은 바이러스 유전정보가 담긴 mRNA를 인체 세포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확인한다. 이런 mRNA 백신 플랫폼을 한 번 구축해 놓으면 향후 백신 개발에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다.

다이이찌산쿄는 현재 우새종인 XBB 변이를 표적하는 백신도 연구 중이고, 올해 안으로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잇다.

앞서 중국도 3월 mRNA 코로나19 백신에 성공한 바 있다. 지난 3월 중국 스야오그룹 mRNA 백신 ‘SYS9009’을 자국 내 보건당국으로부터 허가 받았다. 중국산 mRNA 백신 개발 및 승인은 처음이며 중국은 그간 화이자나 모더나 등 해외 업체의 백신을 승인하지 않고 자국민에게 시노팜·시노백 백신만 접종해왔다.

한국 역시도 화이자, 모더나 백신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가지고 있지만 자체 개발 백신 상용화는 여전히 갈길이 멀다.

mRNA 백산 상용화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기업인 아이진은 코로나19 부스터샷 호주 임상 2a상을 최근 시작했고, 백신 전문 기업 큐라티스는 mRNA 코로나19 백신을 2025년까지 상업화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상용화보다는 기술 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임상 2b/3상 등 후기 임상에 천정부지로 비용이 소모되지만 정부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제약바이오컨트롤타워 설치 등 제약바이오업계에 대한 다양한 정책 실현을 공언했지만 성사가 이뤄진 사례는 전무하다.

게다가 최근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K-바이오 펀드 역시 시작단계부터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복지부는 현 정부 정책 공약 실현 일환으로 K-바이오 백신 펀드를 조성한다며, 2개 펀드에 각 500억 원씩 1000억 원 출자 후 국책은행(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으로부터 1000억 원, 민간 자본 3000억 원을 합쳐 백신 개발에 나서는 기업들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민간투자 금액을 메꾸지 못해 펀드 결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간 투자심리 악화로 운용사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복지부는 펀드 결성시한을 3차례 연기한 이후 또 다시 9월 말로 연기했다.

이에 위탁운용사인 유안타인베스트먼트는 다음달 우선 1750억원 규모로 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계속 투자금을 모아 연말까지 펀드 운용 규모를 2500억 원까지 늘릴 계획이지만, 내년까지 1조 원을 목표로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복지부 계획과는 거리가 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개발된 치료제 확보를 통해 신속한 팬데믹 대응도 중요했지만 국산 백신,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는 등 국가 내실을 다지는 것에는 다소 뒷전이지 않았나 싶다”면서 “또 다른 코로나19 변이 등으로 팬데믹 상황이 나타나면 백신이 우선적으로 확보되지 못해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천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도 “여러가지 근거를 통해 예측컨대 1년에 2번 코로나19 유행은 불가피하다. 몇 년정도 지속될지는 예측하기 어려우나 새로운 변이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5~7개월 단위로 유행의 증감이 있을 것”이라며 “독감과 코로나19 치명률이 비슷해진 상황에서 현재 고위험군에게 독감백신을 권고하고 있는 것을 생각할 때 아직까지 코로나19 감염이력이 없는 고위험군환자에게 백신 접종의 필요성은 명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산 백신 개발이 어려운 상황에 있어 당장 명확한 성과를 요구하기는 어렵지만 다음 팬데믹을 대비한 대규모 투자는 꼭 필요하다”라며 “또 우리나라에서만 유행하는 감염병도 있기에 국산 기술 확보는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