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이순철, 작년 이의리 이은 3번째 KIA 신인왕 도전, ‘스마일가이’ 윤영철의 드라마

‘강력한 신인왕’ 후보였던 문동주(20, 한화)가 기념비적인 10승에 도달하지 못한 채 곧 시즌을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자연스럽게 다른 후보들에게도 기회가 찾아오고 있고, 그 중 윤영철(19)도 대역전 드라마를 노리고 있다.


▲ 출처 :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 문동주는 앞으로 내달 2일 잠실 LG전 선발 등판을 끝으로 2023 시즌 등판을 마친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경우라면 투구를 고려하겠지만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사실상 물건너갔다. 문동주가 시즌을 조기에 마감하는 이유는 선수 보호차원에서 시즌 전 마련한 제한이닝 120이닝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문동주는 27일 경기에서 5이닝 5피안타 3탈삼진 5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8패째를 떠안았다. 평균자책점도 3.62로 올랐다. 올 시즌 114와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며 시즌 전 설정한 제한이닝 120이닝에 거의 도달했다. 결국 앞으로 1번의 등판을 끝으로 올 시즌을 마칠 것으로 보여 최대 9승에 3점대 중반의 평균자책점, 약 120이닝, 100탈삼진 등의 기록 언저리에서 시즌을 마치게 됐다.

현재까지 신인왕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선수는 자타공인 문동주다. 그러나 시즌이 아직 1달 반 정도가 남았고, 시즌을 조기에 마감하는 만큼 남은 1달 반 동안의 경쟁자들의 퍼포먼스에 따라 언제든지 레이스가 달라질 수 있다. 한화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신인왕보다 20년을 책임져줄 에이스 투수의 건강과 롱런을 위해 휴식이라는 선택을 했다.

문동주의 가장 큰 대항마로 꼽히는 선수는 다름아닌 KIA 타이거즈의 ‘스마일가이’ 윤영철이다. 마침 윤영철은 27일 경기서 문동주와 맞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4이닝 2피안타(1피홈런) 4볼넷 2실점(1자책)으로 노 디시전. 문동주에게 판정승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선발투수가 4이닝이면 제 몫을 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윤영철은 올 시즌 19경기서 7승 5패 평균자책점 4.06이다. 피안타율 0.263, WHIP 1.39다. 퀄리티스타트는 6회로 지금까지의 성적만 놓고 보면 문동주에게 근소하게 밀린다. 그러나 문동주가 곧 시즌을 마치는 반면, 윤영철은 시즌을 완주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대표팀에 발탁되지도 않았다. KIA의 5강 진입에 전력을 다하다 보면 신인왕 레이스 역전에도 도전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윤영철이 스스로 경쟁력을 올려 레이스 속도를 올리는 것이다. 최근의 페이스가 좋지 않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 윤영철은 최근 3경기 연속 5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며 조기에 강판됐다. 물론 고졸신인 1년차가 부상이나 부진으로 이탈하지 않고 시즌 내내 5선발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는 것 자체를 받수 받아 마땅하다.

단 절대적인 기준에서 윤영철은 더욱 발전해야 하는 것이 분명하다. 본인도 노력을 하고 있고, 특히 올라오지 않는 구속에 대한 고민은 분명히 있다. 이달 중순 부산에서 잠시 만났을 때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이 조언한 글러브에서 양손 분리 시간을 최대한 늦추는 것, KBS N 스포츠 유희관 해설위원이 조언한 커브 연마 모두 그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었다. 실제 커브는 실전서 거의 구사하지 않지만, 그라운드 밖에선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투구판을 밟고 하체를 두 차례 통통 튀기는 특유의 동작에 대해서도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MLB에 먼저 도입되어 KBO 도입도 시간문제인 피치클락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다.

‘투수 이론의 전문가’로 꼽히는 최원호 한화 감독에 따르면 현대 야구는 구속과 힘이 아닌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피네스 피쳐’가 살아남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봤다. 타자들의 타격 기술, 파워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투수는 타자를 압도할 정도의 빠른 공과 구위를 가진 투수들이 더 각광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동주도 피네스피처보다는 파워피처에 속한다.

그런 점에서 ‘피네스피처’ 윤영철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고졸 1년차답지 않게 노련함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도 윤영철의 장점은 멘탈에 있다. 경기가 조금 풀리지 않고 연속타를 맞는다 하더라도 마운드 위에서 절대 미소를 잃지 않는다. 그만큼 강한 멘탈과 여유 있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윤영철이 잔여 시즌, 그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을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신인왕 레이스의 대역전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KIA는 1985년 이순철 이후 단 한명의 신인왕도 배출하지 못하다 작년에 이르러서 36년만의 신인왕, 이의리를 배출했다.

물론 신인왕 수상보다 중요한 것은 오랜 시간 KIA의 핵심으로 성장할 배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본인도 굳이 신인왕에 연연하지 않고 있다. 다만 신인왕을 수상할 경우 그 자체의 자부심과 자신감 고취는 그를 더 훌륭한 투수로 성장하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 1순위 후보가 시즌을 조기에 마치면서 2순위 후보에게 기회가 온 셈인데 이를 굳이 외면할 이유도 없다. 과연 시즌 마무리 시점에서의 윤영철은 어디에 있을까. 야구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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