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 묶인 채로 숨진 남녀, 출동 후 40m 앞에서 담배만 피다 복귀한 경찰

서울 강북구의 미아동에서 40대 남녀가 112에 의문의 신고를 한 뒤 17시간 만에 사망한 채로 발견된 가운데 사망한 여성의 신고를 받고 해당 지역으로 출동한 경찰이 현장 인근에 도착해 담배만 피우다 그대로 떠나는 모습이 확인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 출처 : MBC

지난달 31일 서울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실에 제출한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이 해당 관련 신고를 최초 접수한 것은 지난달 28일 오전 3시 39분, 40대 여성 A씨의 신고였다. A씨는 신고를 구체적으로 하지 못하고 ‘왜’ 라는 말만 남기고 이유와 위치 등은 일체 설명하지 못했다.

경찰도 해당 신고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국민의 생명 및 신체에 대한 위험이 임박했을 때 발령되는 ‘코드1’을 발령하고 즉각 출동할 것을 지시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기지국 정보 조회 후 순찰차 2대로 오전 3시 48분께 현장에서 도보 2분 거리에 도착했다. 위치가 대략적으로 파악된 만큼 면밀한 수색이면 이들을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폐쇠회로(CC)TV 등 당시 자료화면을 보면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들은 순찰차를 세워두고 담배를 피운 후 제대로 수색을 하지 않고 18분 만에 복귀했다. 이곳은 40대 여성과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된 다세대 주택과 불과 40여m 떨어진 곳이었다.

사건 당일 A씨의 친언니도 최초 신고로부터 35분이 흐른 오전 4시 14분경 경찰에 A씨가 수유시장 인근 원룸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은 A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그의 전화기는 이미 꺼진 뒤였다.

결국 경찰은 급박한 A씨의 신고에도 A씨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담배만 피는 등 수색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후 약 17시간 뒤인 같은 날 오후 8시 55분 A씨는 가족에 의해 시신으로 발견됐다. 당시 A씨는 양손이 묶인 상태였으며 얼굴에는 폭행당한 흔적도 있었다.

경찰은 A씨 휴대전화 가입과 요금청구 주소가 다른 가족 주거지로 돼 있어 정확한 소재 파악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또 1초 정도의 짧은 신고 내용을 가지고 새벽 시간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으로 출동해 대응 여력에 한계가 많았다고 해명했다.

A씨가 발견된 원룸에서는 A씨 외에 남성 1명의 시신도 추가로 발견됐다. 당시 남녀는 나란히 방에 누워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숨진 두 사람의 시신을 부검하고 타살 가능성까지 열어둔 채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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