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류현진이었다. 1년이 넘는 공백기를 거쳤고, 적지 않은 나이에도 메이저리그에 복귀해 에이스급 투구를 이어가며 3연승을 거두고 있다. 4년 800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체결한 후 풀타임을 소화한 것은 1년 뿐이지만 계약 마지막해, 기적처럼 부상에서 돌아와 건재함을 미국 전역에 알리며 재계약 가능성도 더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6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류현진(36)은 약 1년 2개월만에 메이저리그 마운드로 복귀해 5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2.25로 토론토의 에이스급 투수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시즌을 마친 뒤 LA다저스를 떠나 4년 8000만 달러, 우리돈 약 1060억 원에 계약하며 토론토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은 올해가 마지막 토론토와의 계약 시즌이다. 이에 시즌 후 류현진의 거취에도 많은 궁금증이 따른다.
1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소식을 주로 다루는 제이스 저널은 류현진의 재계약 가능성에 대해 보다 자세히 조명했다. 매체는 “류현진은 토론토에서 4년동안 매우 소란스러운 시간들을 보냈다”고 평가했다.
2019년 다저스에서 14승 5패 ERA 2.32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오르는 등 엄청난 활약을 펼쳐 토론토와 대형 계약을 맺는 것에 성공한 류현진은 기대대로 첫 시즌 비록 단축시즌이긴 했지만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매체는 “류현진의 토론토에서 첫 시즌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단축시즌이었음에도 이닝당 출루허용율이 1.15, ERA가 2.69에 불과했고, 피안타율은 0.234에 그치는 등 훌륭한 피칭을 했다”며 “시즌 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최종 3위에 오르기도 했다”고 극찬했다.
다만 2번째 시즌에서의 부진도 꼬집었다. 31경기에 등판하며 169이닝을 던진 류현진은 14승을 챙겼으나 10패, ERA가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이닝 4점대(4.37)를 기록했고 무엇보다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최다인 24홈런이나 맞으며 부침을 겪었다.
이듬해에도 6경기 ERA 5.67로 부진하다 팔꿈치 수술을 위해 수술대에 올랐으며 수술에 대해 매체는 “12~18개월 이라는 통상적인 회복기간을 고려하면 다시는 토론토에서 활약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최근 복귀한 류현진의 활약에 대해 “426일만에 복귀해 정말 대단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며 “알렉 마노아(ERA.5.87) 등 다음 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몇 가지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며 “류현진은 현재까지 강렬한 활약을 보여주며 재계약 가능성도 키우고 있다”고 전망했다.
류현진은 실제로 복귀 후 5경기에 나서 24이닝 동안 단 3자책점만 내줬고, 탈삼진 20개를 빼앗는 동안 볼넷은 5개에 불과해 여전한 제구 능력을 뽐내고 있다.
이런 활약을 시즌 끝까지 보여준다면 토론토는 물론 메이저리그의 많은 팀들이 그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2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릴 콜로라도 로키스전 선발등판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따.
쿠어스 필드는 해발 1600m라는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공기 저항이 적고, 이로 인해 플라이볼 타구가 다른 구장과 비교해 훨씬 멀리 날아간다. 때문에 ‘투수들의 무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최대 위기이면서 아직도 그에게 의구심을 품고 있는 이들을 향해 더 확실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기회다.
류현진의 그동안 쿠어스필드 성적도 썩 좋지는 못하다. 6차례 선발 등판해 1승 4패, ERA 7.04를 기록했고, 개인 빅리그 최다인 10실점을 기록하기도 했었다. 다만 기대감을 가질 부분은 콜로라도에서 오랜 시간 활약하며 류현진의 천적이었던 놀란 아레나도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이적했다는 것이다.
NL 중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며 빈타에 허덕이고 있는 콜로라도 타선도 류현진에겐 호재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팀 타율 0.248로 빅리그 전체 17위 머물고 있는 콜로라도는 OPS(출루율+장타율) 0.709로 21위에 올라있다. 즉, 류현진이 LA다저스 시절 고전하던 ‘핵타선’ 콜로라도는 이제 옛말이 됐다.
물론 그럼에도 장타는 조심해야 한다. 복귀 후 맞은 피안타 19개 중 2루타 이상의 장타가 8개나 되고, 그중 3개는 홈런이었다. 같은 타구도 더 멀리 날아가는 쿠어스 필드의 특성상 최대한 외야로 깊숙한 곳까지 날아가는 플라이볼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한 해법은 역시나 그의 장기인 제구다. 복귀 후 류현진은 수술 전보다 구속이 다소 떨어졌지만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로 수많은 땅볼타구를 양산해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패스트볼의 구속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전제도 따른다. 속구의 위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변화구의 가치 또한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건 복귀 후 보여준 경기력을 이어가는 것이다. 앞선 5경기와 같은 투구만 보여줄 수 있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쿠어스 필드에서도 이 같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보다 확실하게 돌아온 에이스로서 입지를 굳건히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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