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지법, 공단 청구 구상금 50% 지불 판결
- "환자 책임 가장 크지만 의료진도 관리 소홀"
환자의 자살 시도를 막지 못한 의료진의 과실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면서 정신병원에게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오게 되었다. 다만 책임 수준은 50%로 제한하였다.
최근 춘천지방법원은 A의료법인과 국민건강보험공단 간 채무부존재확인 소송과 구상금 청구 항소심에서 A의료법인 일부 승소를 판결하였다. 공단이 A의료법인에 요구한 구상금 6,102만7,110원 중 3,051만3555원과 지연이자만 지급하라고 하였다.
이번 소송은 A의료법인에서 운영하는 B정신병원 입원환자 C씨가 자살 시도 후 약 2년간 치료받다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사망한 환자 C씨는 지난 2020년 8월 조현병으로 B정신병원에 비자의 입원했다. 당시 의료진은 코로나19 감염을 막고자 정부 지침에 따라 C씨를 입원 후 14일간 1인실에 격리 조치했다. C씨는 격리 7일 차에 병실 쇠창살에 수건을 둘러 자살을 시도했다.
C씨는 간호사에게 발견돼 심폐소생술 후 D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무산소성 뇌손상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C씨는 E병원으로 전원해 입원치료 받다가 지난 2022년 4월 사망했다.
공단은 C씨가 치료받은 병원 2곳에 요양급여비용 6,102만7,110원을 지급했으므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에 따라 A의료법인이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B정신병원 의료진이 "C씨의 자살 위험을 오판해 환자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A의료법인은 의료진 과실이 없다며 손해 배상을 거부했다. 조현병 환자인 C씨는 자살 고위험군이 아니므로 자살 시도로 인한 사망을 예방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원심(1심) 재판에서 진행한 진료기록 감정에 따르면 B정신병원 의료진은 C씨의 자살 위험도를 '거의 없음'으로 평가했다. C씨는 입원 당시 자살 시도 전력은 없으나 심한 정신병적 증상과 흥분, 초조, 행동 문제를 보였다. C씨 배우자는 상병발생원인 확인서에서 C씨가 "1인실 입원 후 계속 내보내달라고 하고 간호사에게 창문으로 뛰어내리겠다고 여러 차례 호소했지만 무시당했다"고 기술했다.
이에 대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측은 "의료진의 자살 위험도 평가는 부적절하지만 흥분이나 입실 거부는 자살을 암시하는 징후가 아니다. C씨가 자살 위험도가 높은 환자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중재원은 "조현병 약물 치료는 적절했고 의료진이 투여한 향정신성 약물 등으로 자살 위험이 증가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조현병 환자는 급성 정신병적 증상이나 우울증을 보이거나 (병원) 퇴원 이후 수개월 내 자살 위험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나 환자 격리·관찰은 미흡했다고 했다. 간호관찰기록은 오후 6시 이후 기록하지 않았고 의사가 격리 지시 후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에게 감시를 위해 특별히 지시한 내역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B정신병원 격리실이 자살 시도를 예방하기에 취약한 구조인 점도 지적했다. 배우자의 기술처럼 "C씨가 실제로 격리실을 나가게 해달라면서 뛰어내리겠다고 여러 차례 했다면 자살 시도 징후라고 볼 수 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B정신병원 의료진이 보호·감시 의무를 소홀히 해 C씨의 자살 시도를 막지 못했으므로 공단의 손해 배상 청구권 대위 행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입원 당시 C씨가 이미 중증 조현병 증상을 보여 어느 정도 자살 위험성이 있는데도 의료진은 자살 시도 전력이 없다는 진술만 듣고 자살 위험도가 '거의 없음'이라고 단정했다. 주치의는 '낮음'이라고 평가했으나 과실에 해당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입원 직후 C씨는 배우자에게 속아 입원했다며 흥분해 입실을 거부했다. B병원 간호관찰기록이 부실하므로 여기에 관련 기록이 없다고 해서 C씨가 '뛰어내리겠다고 말했다'는 배우자의 기술이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C씨가 여러 차례 뛰어내리겠다고 호소할 정도로 자살 징후를 보였는데도 의료진은 이를 무시하고 구체적인 자살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C씨의 자살 시도를 막지 못했고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했다. 다만 의료진 책임 비율은 5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자살 시도에 대한 책임은 본인(C씨)이 가장 크다. 그러나 C씨는 통상적인 질병이 아닌 정신질환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의 전문적인 진료와 간호를 받기 위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며 "C씨는 자살 위험이 일반 환자보다 높았다. 의학적·사회적으로 정신병원은 입원 환자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높은 주의를 기울일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진 책임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의료법인에 공단이 요구한 구상금 중 50%와 지연 이자를 지급하도록 하고 나머지 양측 청구는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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