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마약류 셀프처방 논란에 의료계 “형법으로 관리, 처방권 제한은 과도해”

- 매년 8000명 이상, 한 명이 1년에 16만 정 셀프 처방하는 등 의사 마약류 셀프처방 문제 심각
- ‘국민건강 안전 위협’ 우려에 법령으로 ‘셀프처방’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
- 의협·식약처 “현행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으로도 충분히 관리 가능”

일부 의사들의 마약류 의약품 셀프처방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의사들의 이같은 행태가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며 셀프 처방 자체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에서는 일부 의사들의 마약류 오남용 문제를 전체 의사들로 확대해 의사의 처방권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지적하며 이미 존재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이용해 의약품 오남용 여부를 보다 철저하게 괸라하고 처벌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더 바람직 하다고 주장했다.

18일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이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의사의 마약류 의약품 셀프 처방 제한 필요성을 제기하는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최연숙 의원은 개회사에서 “의사들의 셀프처방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매년 약 8000명에 이르는 만큼 의사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며 “심지어는 한 의사가 1년에 16만 정, 하루로 치면 440정씩 셀프처방해 검찰의 수사 의뢰가 되기도 하고, 유사 사례도 계속해서 속출하는 등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폐해는 개인 오남용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마약류는 중독성과 그 위험성이 높아 특별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의약품인데 객관성 담보가 어려울 수 있는 셀프처방으로 인해 의사가 중독에 이를 가능성이 있고, 이는 중독 상태로의 진료 및 수술 등으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크게 침해받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토론을 단독으로 주최하고 주관한 최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처음으로 지적했고, 정부에 대책마련도 요구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의사들의 마약류 셀프처방을 금지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 하기도 했다.

해당 개정안은 마약류취급의료업자가 자신이나 가족에게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 또는 제공할 수 없으며 자신이나 가족에게는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기재한 처방전도 발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마약류 셀프 처방 금지 외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급여비용 심사자료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과 연계하도록 하여 마약류 오남용 여부를 보다 더 철저하게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날 발제에 나선 호서대학교 법경찰행정학과 김종호 교수는 “의사의 마약류 상습투약 등 오남용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나 관련 학술연구 보고는 전무한 상황”이라며 “의사의 셀프처방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의사가 의존성을 유발하는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최적의 신체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환자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캐나다는 자신이나 가족에게 마약을 포함한 통제약물을 처방하거나 투약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고, 호주도 의료위원회 행동강령에 의거해 자신 또는 가족을 치료할 수 없어 처방도 불가능하다.

영국의 경우 법령으로 금지하고 있진 않지만 자기 처방을 가급적 피하도록 안내하고 있고, 영국 의학협회 가이드라인에 객관적 의료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주마다 상이한 규정을 가지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코네티컷 주의 경우 응급상황을 제외하고는 의사가 자신, 가족에게 규제된 약물을 처방, 투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일리노이 주도 개업의가 규제약물을 자기처방하거나 분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교수는 “물론 의사가 환자인 경우 그도 제대로 치료받아야 하는 권리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환자인 의사가 의사 진을 진료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환자인 의사에게도 자신의 담당의사가 필요하다”며 “환자의 안전 및 의사가 환자를 제대로 진료해야 하는 의무 측면에서 의사의 자기처방 제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론 의사의 재량권을 최대한으로 확보해주되 자기 처방을 금지하는 약물을 미리 정해 놓고 해당 약품에 대해서만 자기 처방이나 가족에 대한 처방을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의료법에 셀프처방을 금지하는 범위는 마약류 관리법에 따른다든지 식약처 고시나 하위 법령에 따른다든지 해서 근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민양기 의무이사는 먼저 "마약류와 마약은 분명히 다르다. 마약이나 금기약품을 의사가 복용한 경우는 의료법이 아닌 형법으로 다스려야 할 문제다"라며 "마약류는 의사 입장에서 환자 치료를 위한 약품이다. 그것을 오남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 의무이사는 "현재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으로 의사의 셀프처방이 모두 관리되고 있다. 의협도 심의위원회에 들어가 살펴보니 의사가 마약류 의약품을 셀프처방한 사례가 다 뜬다"며 "문제는 해당 제도가 아직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아직 행정조치가 안 됐을 뿐이다. 곧 행정처분도 진행되고 수사도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에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 1~2년밖에 안 됐기 때문에 아직은 제대로 안 돌아가고 있을뿐 시스템은 거의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의협도 중앙윤리위원회를 통해 프로포폴 오남용 의사를 검찰 고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 의무이사는 "알코올을 먹은 운전자가 음주운전으로 국민 건강에 위해를 입힌다고, 운전면허자 모두에게 술 판매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음주운전을 한 운전자에 대해 운전면허를 뺏고, 처벌을 하지 술을 판 사람을 처벌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의사의 의약품 오남용은 검경이 다룰 문제고, 의사 처방 자체를 막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의사가 마약류 의약품 중독이 다른 직종보다 심하다는 근거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김명호 마약안전기획관은 "마약류를 복용하고 있는 모든 의사가 중독된 것은 아니다. 또 마약류에도 종류가 있으며 의료용으로도 쓰지 않는 강력한 마약은 '가목'에 따로 지정하고, 의료용으로 쓰는 것도 정도에 따라 '나목', '다목', '라목'으로 나누고 있다"며 "마약류는 쓰는 양과 기간에 따라 중독이 생길 수 있는거지, 단순히 며칠 약을 복용했다고 중독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기획관은 "의사가 본인에게 처방을 한 셀프처방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셀프처방 사례가 8000건이라고 했는데 어떤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약물을 얼만큼 처방했는지 볼 필요가 있는데, 셀프처방만 보고 중독이라고 보기는 어렵기에 각 케이스를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약류 관리를 하는 인원은 한정돼 있다보니 과도하게 셀프처방한 의사의 상황을 일일이 들여다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다른 환자와 비교해 너무 많이 쓴 것이라는 판단이 들면 검경에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기획관은 "식약처도 다양한 정책 수단을 갖고 기획 감시를 통해 조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며 "마약류 관리시스템이 불과 5년이 됐다. 아직 적응기에 있어 이제 기준을 만들고 정밀화, 다양화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다만 "의사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실제로 오남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반 환자보다 처벌을 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셀프처방에 대한 처한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견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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