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약계, 기본 밴드 설정·중재기구·공급자 의견 개진 등 개선 요구
- 우봉식 원장 “수가 모형 하나의 개선 아닌 완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
- 정부 “수가협상 구조 개선 노력 중... 보건의료 구조적 개혁도 모색”
역대 최저치의 수가 인상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올해 수가 협상에서 결렬을 결정했던 의약계가 수가협상제도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들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수가협상제도를 바로잡기 위해선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도 필요하다고도 했다.
19일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과 국민의힘 조명숙 의원이 주최한 ‘수가협상제도의 합리적인 개선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이같은 의견의 의료계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원장은 수가협상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보건의료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과도한 병상 수와 의료 이용률 등으로 증가하는 의료비 문제 해결이 관건이라고 했다.
우 원장은 “보건의료정책의 핵심은 인력과 자원이다. 그 중 자원에 관한 정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병상의 자원”이라며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는 병상 자원 관리에 대한 제대로된 정책조차 없어 완전히 손을 놓고 시장의 기능에만 맡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18% 남짓인 우리나라가 노인 인구 30%에 달하고 있는 일본보다도 병상 수가 많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병상 수의 증가는 의료 인력의 증가로 이뤄지며, 결과적으로 의료 이용이 늘어나 의료비 증가를 피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가협상제도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선 건보 재정과 연계해 보건의료 정책 전반의 비전과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며 “수가 모형 하나만을 개선하는 것이 아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제도 자체를 바꿔서 수가가 자연스럽게 연동되는 구조가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심의·의결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 구조를 보다 공급자 의견이 잘 반영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재정운영위는 직장 가입자 대표, 지역 가입자 대표, 공익대표 각각 10명 씩 총 30명으로 구성되어 상대적으로 가입자에 치중되어 있다. 때문에 전문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 원장은 “재정운영위 구성은 보험료 인상 등을 고려하기 어려운 구조이며 보험 재정의 소요 판단이나 정책 결정 등을 고려하기 위한 전문성·중립성 확보가 어렵다”며 “또 수가 협상 전 의료현장의 실태나 경영 상황에 대해 가입자에게 의견을 개진할 기회조차 박탈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도 의약계 대표들이 수가협상제도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며 여러 개선안을 제시했다.
대한의사협회 조정호 보험이사는 소위 ‘깜깜이’ 협상 구조라 불리는 수가 협상을 보다 공정하게 개선하려면 추가소요재정준(밴드)의 결정 근거를 공개하고 보건의료전문가가 참여한 중재기구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 이사는 “공단 재정운영위가 결정한 밴드 내에서 공단이 발주한 연구용역의 결과를 토대로 공급자에게 홍보하는 깜깜이 협상구조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협상에는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공급자 단체는 공단이 제시한 최종 인상의 수용 여부만 결정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물가인상률, 최저임금 등 객관적인 상황을 감안한 기본 밴드 규모를 설정하고 그 외 인상률에 대해서는 공단 수가협상단에 재량권을 부여해야 한다”며 “협상이 결렬된 후 합리적인 중재를 위한 공급자와 가입자가 동수로 추천하는 보건의료전문가들로 구성한 별도의 중재기구의 신설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대한약사회 박영달 부회장도 수가협상제도의 개선을 위해 밴드 설정에 대한 근거 제시, 합리적 수가 보상을 위한 의료비용 분석 체계 개발, 유형별 불균형 심화 해소 노력 등을 요구했다.
박 부회장은 “요양기관 중 약국의 전체 행위료 점유율을 살펴보면 2001년은 13.8%, 2007년 10.7%, 2022년 6.7%로 점점 하락하고 있다”며 “스스로 의료량을 창출하지 못하고 처방전 증가량에 의존하고 있는 약국은 아무리 환산지수 1등이라도 하더라고 구조적으론 몫이 적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 밴드로 묶여 다른 유형과의 간격 맞추기 등에 의해 하향 조정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일부 행위료 점유율이 작은 유형은 점유율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 구조”라며 “결국 충분한 밴드가 마련되지 않으면 약국은 유형별 간격을 맞추는데 희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차의과대학 지영건 교수는 “소위 말하는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답정너)’ 식의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차라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1~3안을 미리 제시한 다음 협상에 들어간다면 요식행위에 불과한 협상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SGR 모형 개선과 더불어 수가협상 시 의료계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공단 김문수 급여혁신실장은 “현 SGR 모형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4가지 개선안을 도입한 바 있다. 앞으로 제도발전협의체에서 어느 모형을 도입할지 계속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공급자가 가입자 중심의 대의기구인 재정운영위에 참여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의료계의 어려움을 가입자에게 충분히 개진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깜깜이 협상 문제는 특수한 상황인 만큼 단시간에 개선하기 어렵다. 협상이기 때문에 패를 바로 공개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가”라며 “의료현장의 의견을 들으며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손호준 보험정책과장은 “매년 진료비가 10%씩 올라가는 상황에서 협상 구조 개선만으로 의료계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게다가 고령화라는 여건의 변화도 있다. 현재 구조적인 개혁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환산지수부터 상대가치문제까지 고려해 재정 위기를 완화하고 꼭 필요한 부분의 보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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