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처우개선 없는 의대 증원에 우려 표명
- “‘실값과 바늘값’만 책정했던 건강보험제도, 이제는 뜯어 고쳐야”
- “의료계 목소리 통합 위해선 의대생 뿐만 아니라 의사 선배들도 나서야”
지난 3월 소아청소년과 폐업을 선언되고 소아청소년과 의원들이 겪고 있는 위기와 현실적인 어려움이 매스컴을 통해 주목을 받은 가운데 최근 정부가 이들을 돕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으나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유의미한 수준의 개선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소청과처럼 붕괴 위기에 놓여있는 필수의료나 의사 공백으로 소멸 위기에 있는 지역의료 등에 대한 유인책이나 개선책 없이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의료계는 반발을 넘어 경악하고 있다.
지난 2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본지 <의사나라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발표된 정부의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지원책과 정치권의 강력한 의지로 추진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이같은 의료계 분위기를 전하며, 정부가 지금처럼 의료현장과 의료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소극적으로 반영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함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임현택 소청과의사회 회장과의 일문 일답이다.
Q1. 최근 정부가 발표한 소아청소년과 진료 환경 개선책에 대한 생각과 평가는?
“정부가 내놓은 300억 재원 지원은 계산해 보면 보건복지부 담당자의 말에 의하더라도 의료기관 1개소당 세전 100만원이다. 소득세와 4대보험을 제하면 의료기관 1개소당 50만원 정도의 지원을 해주겠다는 건데 소아청소년과의 진료를 하기 열악한 현재 상황을 보완하는 정책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턱없는 숫자입니다.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의 말대로 소아청소년과나 기피과들을 위한 첫 단추가 끼워졌다는 의의를 둘 수도 있겠지만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 되어야 하는데 이번 정책 자체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Q2. 의사 수와 관련한 논쟁의로 의료계 안팎이 매우 뜨겁다. 의대정원 증원 문제에 대한 생각은?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것은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근간 자체를 허물어뜨릴 우려가 있는 잘못된 정책입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 의료환경에 정부의 지원은 없었습니다. 어렵게 의대에 입학한 학생은 학업을 마치는 기간 동안 본인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부모의 도움을 받아 의대를 졸업하는 것이지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지원도 없이 어렵게 의대를 졸업하고 개원가에 뛰어들어 의료활동을 할 때 정부는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강제지정제로 각종 의무와 책임을 씌우고 마치 공공의료기관처럼 개원가를 쥐락펴락하는 정책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정당한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은 충분하지 않고 비급여 진료로 겨우 급여 진료의 손해를 채우게 만든 것도 따지고 보면 정부의 의료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을 읽을 수 있는 것입니다. 건강보험제도의 낮은 수가 역시 기초부터 다시 수정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건강보험제도가 시작되고 40 여년이나 흘렀습니다. 그 당시는 국가 경제가 워낙 어려웠고 국민들 또한 가난한 시절이었기에 소위 ‘실값과 바늘값’ 정도만 책정하고 의사의 행위료 같은 부분은 하나도 포함하지 않고 시작한 제도입니다. 또한 계속해서 건강보험의 적용 범위는 늘어만 왔습니다. 의료보험 수가는 제도 당시부터 증가폭이 소소한데 비해, 물가는 가파르게 올라왔습니다. 이러한 환경속에 우리나라 의사들은 행위별 수가체제 하에서 진료 횟수를 늘려 살아남아온 것 입니다”
“이 같은 상황을 그대로 두고, 의대정원을 늘린기만 한다면 정책이 바른 방향으로 흘러 필수의료나 지역의료의 의사 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조차 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오히려 의대정원을 증원하는 것보다 기존에 있는 의사들, 특히 젊은 의사들이나 개원의, 봉직의 들의 처우가 먼저 개선되어야 그들이 그나마 필수의료 종사자로 남아 있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Q3. 의대증원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보여지고 있는 정부의 태도에 대한 의료계의 생각은?
“정부는 확실하게 미래에 국민의 건강을 담당하게 될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꼭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오히려 귀를 닫고 일방통행, 완전 강요의 행태를 띠고 있습니다. 정부와 전문가가 모여 필수의료나 수가조정문제 등을 협의한다고 하고 있지만 이것은 실질적인 협의라기 보다 형식적인 측면이 강해보이며 이러한 모습은 현장이나 전문가들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일방통행으로 정책을 수립했다가 잘못됐다고 해서 정부가 책임을 제대로 질지도 미지수 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결국 선배 의사들이 나서서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돌이켜 보건데 지난 2020년 투쟁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의대생들 뿐만 아니라 의사 선배들이 가장 먼저 앞장서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Q4. 대한의사협회가 의사들의 전문가 단체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지?
“지금까지의 협회는 전문가 단체로서 부당한 일에 정말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협회 회원분들 중 상당수가 이미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협회 회장을 하면서 정부 친화적인 모습만을 보이면 결국 정부가 원하는 정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만들어 의사들만 힘들어 지는 꼴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또한 협회임원으로서 정치권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에게도 우려를 나타내는 분들도 있지만 이를 무조건 나쁘게만 볼 필요도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약사 출신 국회의원분이 약사를 대변하고 있는 사례처럼 분명히 의사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협회에 요구할 것은 당당히 요구하고, 정치와 관련한 문제에서 현장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이런 사람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의견도 분명히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 앞서 대한의사협회 회장으로서 대국민, 의사를 위해 행동하는 책임과 의무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협회장은 국민의 건강권 증진, 의사 회원들의 이익을 빠르게 대변해야 하는 목표를 적절하고 조화롭게 수행할 필요도 있기에 거기에 맞는 중심을 가진 분들이 협회의 일을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현재 협회가 최우선으로 개선해야 할 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협회장이하 임원분들은 지위를 상관하지 않고 회원들을 위해 발 벗고 뛰는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협회를 구성하고 있는 직원분들과는 그 노력에 걸맞도록 체계적인 교육 훈련 과정을 거쳐 회원들을 위해 일할 전문가들을 육성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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