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 정부에 '한의대 정원 400명 감축해 의대인원으로 전환' 공식 제안

- 의대, 한의대 모두 보유한 지방대학부터 순차적으로 의대로 전환 방안 제안
- 의료계는 물론 한의계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 갈려... “다양한 의견 수렴”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이 사실상 확정되고 구체적인 규모와 방법 등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의 여전한 반발로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가운데 대한한의사협회가 한의대 의학 대학 정원 일부를 의대 정원으로 전환해 확대하는 방안을 정부에 공식 제안한 것으로 뒤늦게 들어났다.



이보다 앞서 국회와 의료계 일각에서도 한의대 정원을 의대 정원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의료계 내부에서조차 찬반이 갈려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한의협은 보건복지부의 주재로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참석해 지방 한의대를 의대로 전환하거나 한의대 정원 일부를 의대로 전환하자는 내용의 방안을 공식적으로 제의한 바 있다.

7일에는 한의협 한의약정책연구원이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구글폼을 통해 온라인으로 조사한 ‘한의대 정원 조정 관련 회원 설문조사’의 결과도 공개했다.

한의협에 따르면 설문조사의 전체 응답자 5,999명 중 5,657명인 94.3%가 한의대 입학 정원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반면 103명(1.7%)는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고, 현재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239명(4.0%)로 나타났다.

‘감축’이라고 답한 응답자들 중 세부적인 감축 규모에 대해서 400명 이상 대폭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60.4%으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300명~399명 증원이라는 응답이 14.3%로 따랐다. 현재 한의대 모집 정원이 약 800명 남짓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40%에 해당하는 300명 이상 감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74.7%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의 12개 한의대 중 경희대와 가천대를 제외한 10개 한의대학이 비수도권인 지방에 위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의협은 지방 한의대의 일부를 의대로 전환하거나 의대와 한의대를 모두 가지고 있는 대학 4곳(경희대, 부산대, 원광대, 동국대)의 한의대 정원을 의대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추려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의계 내부에서도 해당 안건이 통일된 의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의대학장협의회 등 한의대학 안에서는 정원 감축에 대해 반대 의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선 더욱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지난달 19일 의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의 신현영 의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한의대 정원을 의대로 흡수하는 방안을 언급해 의료계의 강한 지지와 강한 반발을 모두 받았다.

이런 방안에 찬성하는 측은 정부는 물론 여야가 합의해 의대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등 사실상 이를 거스르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한번 늘린 정원을 다시 축소하기는 더 어렵고, 대안으로 한의대 정원을 의대로 전환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냐는 의견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이미 한의대 정원을 의대로 전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의료 인력 재배치 방안을 담은 연구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의료계 관계자는 “계속해서 한의사를 배출하는 한의대를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 하에 한의대 정원을 의대로 끌어와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측도 있지만 한의대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는 강경한 생각을 가진 이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국민 건강의 측면에서 한방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고, 건보 재정을 같이 사용하면서 의료계에도 적지 않은 여파가 생기기 때문에 해결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꽤 많지만 어떠한 방법으로 실현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매우 다양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 임현택 회장도 “한의대 정원을 의대 정원으로 흡수하는 논의 전에 한의사 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의사 제도 폐지가 어렵다면 그 전에 현대의학과 한방의 건강보험 분리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는 “한의협이 의사결정을 통해 복지부에 의견을 이미 전달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사전에 의협과 관련 내용을 공유하거나 논의, 제안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 부분은 의료계 안에서도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는 사항으로 의협 차원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 가고자 한다. 다만 한의협의 제안이 현실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의료계와도 거쳐야 할 협의가 많을텐데 한의계 내에서도 아직 입장이 완벽하게 정리되지는 않은 것 같다”며 “한의계의 통일된 의견이 복지부에 전달되고, 복지부도 이를 받아들여 논의하고자 한다면 한의사도 의사 인력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의료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논의에는 참여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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