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 응급의료 지원 위해 774억 원 증액

- 복지위 예결소위서 복지부 내년도 예산 3조 4919억 6900만 원 순증
- 응급의료에 152%, 분만취약지에 23% 증액... 의료인사법리스크 해소에도 지원
- 반면 만성질환 관리체계 사업은 전액 감액될 듯... ‘사업 종료’ 우려 높아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이어지는 등 응급의료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의료계 안팎에서 앞다퉈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 관련 예산안에 응급의료는 물론 필수의료 대책을 위한 예산이 대규모 증액되면서 의료계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회 결과 보건복지부의 내년도 예산이 총 3조 4919억 6900만 원 순증하는 것으로 의결됐다. 이 중 필수의료를 지원하기 위해 응급의료 지원, 의료인 시법리스크 완화, 분만취약지 지원 등의 예산이 크게 증액되어 의료계가 기대를 품고 있다.

특히 가장 많은 증액이 이뤄진 곳은 응급의료이다.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 및 응급의료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응급의료기관 지원발전 프로그램’ 예산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올해 306억 2300만 원이었던 예산은 내년 774억 원으로 152%가 증액될 예정이며, 이는 당초 정부의 예산안인 546억 원 3200만 원에서 227억 6800만 원이 증액된 숫자이다.

대가 증액이 이뤄지는 것은 수익이 낮아 의료시장이 기피하는 응급의료 영역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를 위한 응급의료기관 지원 사업에만 376억 76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에 따른 국고보조금을 차등 지원으로 서비스 질 향상 유도하는 한편,▼배후 진료와의 연계 강화 ▼응급실간 네트워크 강화 ▼외래진료를 통한 소아 경증환자 해소 등으로 응급실 과밀화 문제를 함께 해소한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 보다 원활한 응급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마련된 '응급의료기관별 실시간 상황정보'와 관련해, 그 정확성을 개선할 정보관리 전담인력 추가 배치한다. 이를 위한 예산은 106억 2000만 원이다.

현장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 왔던 응급실 과밀화도 문재해결을 위해 예산이 배치됐다. 응급의료체계 효율화를 위해 169억 2700만 원이 투입되며 응급실 과밀화 해소를 위한 ‘응급실 이용문화 정착’ 관련 홍보에도 30억 원이 증액될 전망이다.

소아전문 응급의료체계를 위한 증액도 있다. 운영지원 사업에 인건비 지원단가가 크게 인상되면서 34억 3200만 원의 예산이 늘어난다. 소아전문 상담센터 시범사업과 관련해서도 상담의사 수당 및 상담요원 추가 채용 필요성으로 31억 5300만 원의 예산을 증액했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는 관련 예산 증액은 환영할 일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향후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응급의료에 활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다만 늘어난 예산이 정말 필요한 영역에 흘러 들어갈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응급의료기관 평가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해 지원하는 방식은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평가에 따라서 차등 지급을 하게 되면 잘하는 병원만 계속해서 잘 받게 된다. 이는 취약지 응급실을 도와준다는 개념에서 보면 약간 이상한 것도 맞다”며 “부족한 부분을 지원해 취약지가 상향 평준화 시키는 부분이 필요하다. 절대적인 액수 자체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명확한 규정도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결국 병원을 운영하는 오너만 보너스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현장 의료진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돈이 될 수도 있다”며 “관련 평가 지표가 객관적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지원 방식을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지원에도 193억 원이 배정될 것으로 예정되어 의료인의 사법리스크도 완화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는 올해 예산이었던 178억 9200만 원 대비 7.9% 늘어난 액수다. 당초 정부 예산안은 185억 4600만 원이지만 복지위가 7억 6000만 원을 증액했다.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에 있어 보상금액 한도를 상향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예산은 ▼결산잉여금 현실화 자체 수입 감소 ▼인건비 처우개선 ▼임차료 증가분 및 보증보험료 ▼임차보증금 ▼정보화ISP 수립 ▼노후서버장비교체 등에 사용될 전망이다. 의료계 요구였던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을 국가 100% 부담’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사망 및 의료 분쟁 해결을 위한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고난이도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따른 조치이다. 중재원의 업무량 급증으로 사건처리일수가 증가하면서 개중 법에서 정한 기일마저 초과하는 경우가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증액으로 의료사고 분쟁해결 관련 문제가 소송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 이로 인한 시간적, 금전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서 의료인이 법적문제에서 자유롭게되어 의료인이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의료의 질적 수준 향상의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중재원의 역량 강화로 의료사고 유형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져 의료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기대효과도 담겼다.

분만 자체에 대한 지원책도 있다. 이중 의료 및 분만 취약지 지원 사업 예산이 올해 168억 3600만 원에서 207억 5400만 원으로 23.3% 증액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 정부 예산안인 171억 5400만 원에서 36억 원이 늘어난 것이다.

이중 내역사업인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에 121억7400만 원이 투입되는데, 이를 통해 분만취약지로 지정된 의료기관을 선정·지원해 안전한 분만환경을 조성한다는 목표다. 복지위가 늘린 36억 원 역시 저출산 극복을 위한 분만인프라 유지에 그대로 투입된다.

다만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분만취약지 중심으로 한 예산 증액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관련 지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50%씩 부담하는 방식인데, 기존에도 지자체가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문제가 있어 무의미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한 인력난이 계속되면서, 취약지에선 분만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중재원 예산 증액과 관련해서도 배상 액수 자체가 적고, 불가항력 의료사고를 인정받기가 어려워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도 중재원은 의사에게 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해 항상 일부 과실 판정을 내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관련 재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반반씩 부담하는데 정부 예산이 아무리 늘어도 어차피 지자체가 지급하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분만취약지는 마취과 의사는 물론 간호사, 간호조무사조차 구하기 어려운 곳이다. 더욱이 월급을 주지 못하니 모두 떠나버린다. 차라리 취약지 분만병원의 적자를 모두 보전해주는 식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재원도 의미 없긴 마찬가지다. 통계를 보면 어떻게든 일부 과실을 부담해 의사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며 "의료사고 역시 교통사고처럼 책임보험을 들게 하고, 몇 가지 항목을 넣어 그 외에는 형사책임을 묻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만성질환 관리체계 구축 내역사업인 '지역 간 건강격차 원인규명'은 전액 감액 위기다. 이 사업은 건강문제가 심각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3년 동안 건강문제 해소 사업을 추진한 후, 자체적으로 사업을 지속하는 것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그 대신 2022〜2023년 건강격차 해소 사업을 시작한 지자체를 지원하기 위해 33억7000만 원을 증액한다. 이들 지역에 지원을 중단할 시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아예 사업이 종료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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