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했더니...정작 녹화 진행사례는 5건 미만

- 빅5 등 의료기관, 촬영 횟수 매우 적은 수준…"취지 못살리고 무용지물"
- "설치는 의무이지만 쵤영은 의무 아냐... 환자가 요청 시에만 촬영해 전달"
- "시행 초기이긴 하지만 별도 요청·동의서 작성 등에서 부담 느끼는 듯... 사실상 무용지물"

의료계에서 엄청난 반대를 뒤로하며 정부가 수술실 CCTV 설치를 본격 의무화를 한지 벌써 한 달여 경과한 가운데, 서울에 있는 주요 대학병원에서 수술에 대한 녹화를 진행하는 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서울에 존재하는 빅5병원을 포함하여 국내 대학병원들의 지난 한 달간 수술실의 CCTV 녹화율을 알아본 결과, 대부분 촬영 횟수가 5건 미만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병원에서 한 달에 진행되는 수술이 평균적으로 수백에서 수천 건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9월 25일부터 전신마취 등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하는 국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수술실에 CCTV를 설치 및 운영토록 의료법을 개정했다.

설치는 의무지만 촬영은 의무가 아니다. 환자나 보호자가 수술 전(前) 의료기관에 촬영을 요청한 경우에 한해 녹화가 진행된다. 빅5병원 중 한 곳인 A병원은 수술실 CCTV 설치 후 최근까지 환자 요청에 의해 수술실 촬영을 진행한 사례가 단 1건이었다. 이 병원은 한 해 3만건 이상의 수술을 진행하는 대형병원이다.

A병원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수술실 31대, 분만실 내 수술실 1대 등 총 32대 CCTV를 설치해 운영 중이지만 지금까지 녹화 요청 사례는 한 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 개인정보 보호 등으로 구체적인 진료과목을 공개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빅5 기관인 B병원도 "지난 10월에 수술실 CCTV 녹화버튼을 누른 횟수가 2회에 그쳤다"고 밝혔다.

B병원 관계자는 "매월 수천 건 이상 수술을 진행하는데 환자가 CCTV 촬영을 요청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수술 장면을 단 한 차례도 촬영하지 않은 병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소재 C대학병원 관계자는 "수술실 CCTV와 관련해 제도 시행 전 언론에 많이 보도되고 병원에도 안내문구를 부착해 둬서 요청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녹화를 요청한 환자는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제도 시행 초반이라 환자들 인식이 저조한 이유도 있겠지만 수술 장면을 녹화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에게 별도로 얘기하고 동의서를 작성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꺼리는 듯하다"며 “사실상 대학병원에서는 활용도가 너무 낮아 무용지물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환자가 촬영을 요청해도 중증수술이 대다수기 때문에 병원이 거부할 수 있다. 오히려 자신의 수술 장면이 녹화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교수들이 수술에 방어적으로 임할 우려가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CCTV 설치는 당초 법안 제정 취지를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편, 수술실 CCTV 설치 후 한 달 동안 무려 100여 차례나 녹화를 진행한 이례적인 곳도 있었다.

서울 D대학병원은 “수술 전 집도의가 환자에게 수술실 CCTV 규정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촬영 의향을 묻는다”며 “아무래도 의사가 먼저 언급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부담없이 촬영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아 지금까지 촬영 횟수가 100여건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수술 후 CCTV 촬영본을 요청하거나 의료분쟁 등을 문제 삼고 나선 사례는 아직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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