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의사의 따금한 일침 “의사들이 수술 싫어해서 필수의료 망가졌나”

- 박창일 명예원장, 민·형사상 책임 묻는 환경 지적
- “인력 확대보다 소송 부담 경감 대책 우선 마련해야”

일명 고인물로도 불리는 의료계의 한 원로 의사가 정부는 필수의료 대책으로 내놓았던 의과대학 티오 확대 정책을 두며 “엉뚱한 대안책” 이라고 말하였다. 필수의료의 붕괴 사태에 대해 원인 분석도 하지 않고 “선언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였으니 이상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연세베스트 박창일 명예원장(정형외과재활의학)은 “필수 및 지역의료가 무너진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하며, 그때 가서 의사가 적다면 다시 늘리는 것이 개선책이 될 수 있겠으나 지금은 거꾸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하였다. 박 명예원장은 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건양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을 지냈다.

박 명예원장은 “몇 년 전 간호사가 부족하다며 간호대학 정원을 대폭 늘렸다. 지금 간호사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정책 실패를 똑같이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정부는 현장 간호사 부족을 이유로 지난 2019년부터 간호대학 입학 정원을 매년 700명씩 늘려왔지만 여전히 의료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의사들이 필수의료 현장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의사 인력 확대보다는 민·형사상 의료소송 부담을 경감시키는 대책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명예원장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당시 무죄인 의사들을 구속시킨 게 지금의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의 큰 발단이 됐다. 민·형사상 너무 가혹한 판결들이 나오니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며 “의사들은 고생 되더라도 보람이 있는 건 하려고 한다. 그러나 의사 면허를 담보로 할 순 없다”고 말했다.

박 명예원장은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 어떤 결과가 좋지 않다고 형법을 들이대면 앞으로 누가 그 어려운 수술을 하려고 하겠나. 과거 척추결핵 환자가 많았다. 수술을 잘못하면 하반신 마비가 오는 고난도 수술이었지만 그래도 환자를 살리기 위해 수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송이 드물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명예원장은 “그러나 지금은 그런 수술은 안 하려고 한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의사 스스로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니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결국 그 손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의사들을 선량하게 보고 정말 고의가 아닌 최선을 다했다면 법적으로 보호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박 명예원장은 “필수의료가 어렵게 된 이유가 의사들이 수술하기 싫어해서가 아니다”라며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면 정책을 바꿔야 한다. 엉뚱한 의대정원을 늘리는 건 잘못됐다. 의사가 늘면 의료보험은 얼마나 고갈될 것인지 생각도 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을 위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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