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투쟁 주역’ 젊은 의대생들, 다시 한 번 뭉칠까... 2년 7개월 만에 임총 개최

- ‘4000명 이상’ 의대 증원 움직임에 회장 공석에도 임시총회 개최
- 젊은의사협의체도 포럼예고, 의대생들과 합력의지도 내비쳐... 2020년처럼 단체행동 나설까

의과정원 확대가 정부와 정치권의 강한 의지로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그 규모에 관련해 의료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방적인 정부와 정치권의 태도에 의료계 곳곳에서 지난 2020년과 같은 의사 파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의사단체는 이미 휴진 투쟁에 나선 상황에서 당시 주역이었던 젊은 의사들마저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의료계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여전히 의대 증원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은 거센 상황이다. 이미 이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오후 반차 투쟁에 나선 의사 단체가 있으며 젊은 의사들도 의대 증원에 대응할 망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에 다소 회의적이었던 대한의사협회 역시 일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현 상황을 무겁게 바라보고 있다.

이 같은 의료계의 움직임은 보건복지부의 의대 증원 수요조사가 기폭제로 작용했다. 의대 증원 수요가 2000명을 넘어 4000명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의료계에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수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도의사회는 15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반차 투쟁을 벌였다. 100여 명의 의사들이 오후 반차, 휴진으로 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매주 수요일마다 이를 반복하겠다고도 밝혔다.

가장 강력한 투쟁 동력인 젊은 의사들도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0년 젊은 의사 행동단체의 주축이었던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오는 25일 임시총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 등 단위별 정부 정책 대응 현황과 여론 등 다양한 상황을 공유하기 위함으로, 향후 대책과 의대협 재정의 관리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의대협은 그동안 지난 2020년 총파업의 여파로 2년 7개월간 회장의 공석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앞서 의료계 총파업이 언급될 때마다 이전 단체행동과 같은 조직력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번 임총으로 해당 의견을 뒤집고 다시 한 번 주역으로 나설지 기대되고 있다.

새로운 젊은 의사들의 구심점으로 평가받고 있는 젊은의사협의체 역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젊은의사협의체는 오는 18일 예정되어 있는 ‘제10회 젊은의사 포럼’을 통해 의대 증원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룬다는 방침이다. 이 포럼에는 600여 명의 의대생이 참여할 예정인데,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젊은의사협의체 서연주 공동대표는 “의대 증원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도 관련 이슈를 포함했다”며 “현재 의대생들의 구심점이 약한 상황이나 높은 참여율을 보여주고 있다. 의견을 종합해 대책을 마련하고 의대협 임총 결과도 반영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의대 증원 이슈와 관련해 젊은의사들 사이에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25일 정기이사회를 열어 다음 달 정기대의원총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여기서 의대 정원에 대한 현안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관계자는 “공식발표는 아니지만 의대 정원을 최대 4000여 명까지 추가로 늘릴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이야기까지 들려오면서 문제의식이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모양이다”라며 “현재의 의대 정원을 두배 이상 늘리겠다는 것인데 여론까지 상황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의료계 반대가 밥그릇 싸움이라는 식의 혐오적인 관점으로 호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의료계의 분위기는 15일 열렸던 의료현안협의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날 회의에서 대한의사협회 측 단장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양동호 의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을 결정한다면 지난 2020년 이상의 강경한 투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며 경고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의사들이 의대 증원을 막고 있는 것은 국민의 요구를 등한시하고 있는 직역 이기주의라고 응수하며 맞섰다.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필요 이상의 대립각을 세우지 않았던 복지부가 위와 같은 발언을 내놓으면서 그동안 총파업 등 강경한 대응 방식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왔던 의협 역시도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의료계를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자세를 취한다면 의료계로선 파업과 같은 형태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다.

의협 김이연 대변인은 “정부가 갑자기 의료계를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에 가담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의료계의 요구를 환자와 지역민의 목소리로 받아치며 궁지로 몰가아는 모습”이라며 “이런 식으로 의료계를 궁지로 몰아넣을수록 당연히 파업과 같은 응축된 형태의 반발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의사만의 잘못이라는 식으로 그 집단을 억누르고 소외시킨다면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이렇게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의대 정원이 이런 방법을 써가면서까지 추진해야 할 일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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