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우울증에 있어 혁신적 치료제의 접근성이 유독 떨어져
- 우울증 치료는 정신보건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
2020년 자살예방백서에 의하면, 한국인 자살 경로의 고위험 요인은 연령·성별을 막론하고 우울장애(우울증)가 꼽혔다. 대한민국은 지난 2003년 이후 17년 간(2017년 제외)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국의 타이틀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늘어난 환자 대비,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신 건강과 관련된 치료법들은 정부 정책에 있어 우선순위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연도별 연령대별 우울증 환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우울증 환자 수는 83만 7,808명으로 2016년 64만 3,102명에 비해 30.3%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우울증의 치료적 접근에 있어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 우울증이 자살로 발전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증상이 지속될 경우 빠르게 치료해야 한다. 이는 정신보건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 새로운 약물들의 신속한 급여가 요구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우울증에 있어 혁신적 치료제의 접근성이 유독 떨어진다.
한 예로, 얀센의 '스프라바토 나잘스프레이(Spravato Nasal Spray, 에스케타민 염산염)'가 있다.
스프라바토는 특수 설계된 일회용 비강 분무용(Nasal Spray) 치료제로, 비강내 혈류로 흡수돼 경구용 치료제보다 빠르고 높은 수준으로 우울 증상을 개선시킨다.
스프라바토는 국내에서 2020년 6월, 최소 2개 이상의 다른 경구용 항우울제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는 성인의 중등도~중증의 주요 우울장애(치료 저항성 우울증) 치료에 첫 허가를 받았다.
'치료 저항성 우울증(TRD: Treatment-Resistant Depression)'은 전체 주요 우울장애 환자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에 비해 질병의 지속 기간이 길고 증상 정도가 더 심하다. 주요 우울장애 환자 대비 증상이 호전될 가능성이 낮은 편이라 환자와 보호자에게 심각한 고통을 가져온다"라고 설명했다.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는 신속하게 치료법을 변경하는 것이 기존 항우울제를 지속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18세 이상 65세 미만의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TRD 3002 단기 임상 연구에서 스프라바토와 경구용 항우울제 병용 투여 환자군은 4주의 치료 기간 동안 몽고메리-아스버그 우울증 평가척도(MADRS) 총 점수가 19.8점 하락했다. 반면 위약과 경구용 항우울제를 병용 투여한 환자군은 15.8점 하락했다.
치료 후 스프라바토 투여 환자의 69.3%가 치료에 반응을 나타냈고, 52.5%의 환자들이 관해(remission)된 상태를 보였다. 위약군은 반응 및 관해를 보인 확률이 각각 52%, 31%였다.
TRD 3003 장기 임상 연구에서 스프라바토와 경구용 항우울제를 병용해 안정적으로 관해가 이뤄진 환자는, 위약과 경구용 항우울제를 병용 투여한 환자에 비해 우울 증상의 재발 가능성이 약 51% 감소했다.
뒤이어 스프라바토는 2020년 12월, '급성 자살 생각 또는 행동이 있는 성인의 중등도~중증의 주요 우울장애 우울 증상의 빠른 개선'으로 두 번째 적응증을 허가받았다.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인 ASPIRE I 및 ASPIRE II에서 스프라바토와 표준 치료 병용 투약군은 위약 비강스프레이와 표준 치료 병용 투약군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우울 증상을 개선시켰다. 주요 우울장애 증상에 대한 스프라바토와 표준 치료 병용 투약군의 임상적 이점은 1차 투약 후 4시간 시점에 분명하게 나타났다.
기존의 항우울제들은 복용 후 증상 개선까지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스프라바토는 신속하게 효과가 발현된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자살 시도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군에서 스프라바토는 상당히 중요한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울장애에서 신약이 급여를 받기엔 정책적 관심이 부족한 상황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자살 위기에 놓인 급박한 상황에서 스프라바토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울증 신약의 보험 적용 등을 통해 실제 위기에 빠진 사람들이 필요할 때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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