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과별 공통] 경쟁적 분원 경쟁에 빠진 대학병원들...양극화에 의료전달체계 붕괴 우려
- 수도권 쏠림 현상 및 비수도권의 종합병원들은 환자유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불균형한 의료전달체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
- 대학병원과의 과도한 경쟁으로 지역 의원, 중소병원들은 도산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
수도권 대학병원들이 감염병 대응을 이유로 서울과 경기지역에 대규모 분원을 동시다발 추진하면서, 양극화로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비수도권에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학병원 제2병원이 수도권에 개원한다면 지역병원에 의료진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초래될 것으로 전망된다.
◆ 대학병원의 경쟁적 분원 설립
현재 수도권에 분원 설립을 추진하는 대학병원은 서울대병원(경기도 시흥), 연세의료원(인천 송도), 서울아산병원(인천 청라), 가천대 길병원(서울 위례), 중앙대병원(경기도 광명), 명지병원(경기도 하남), 아주대병원(경기도 평택) 등 7곳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최근 일부 대학병원들의 경쟁적인 분원 설립은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며 “무분별한 몸집 불리기는 개원가와 중소병원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비 비율이 날로 늘어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대학병원들의 분원 설립은 의료계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전체 의료비에서 상급종합병원 비중이 계속 늘고 있고 그에 따른 방증으로 중소병원들의 폐업률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병원들의 분원 설립 경쟁은 우려를 자아낸다”며 “진정 환자를 위한 것인지, 병원을 위한 것인지 진중한 천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불균형적 의료전달체계 우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들이 제2병원 형식으로 몸집을 급격히 불리며 향후 5년간 수도권에 공급된 병상은 5000개를 넘어서고 있다. 가뜩이나 의료전달체계에서 수도권 쏠림이 심각하고 비수도권에서 종합병원들은 환자유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불균형한 의료전달체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히, 전국 의과대학에서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규모는 일정한데 비슷한 시기에 여러 종합병원이 우후죽순 개원한다면 결국에는 지역 의사와 간호사 빼가기가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일 대전시의사회장은 "지역 종합병원에서 인턴 등을 거쳐 의료인력이 양성돼 지역에서 의료를 담당하게 되는데 수도권 대학병원의 분원은 인턴과 레지던트까지 가뭄을 겪게 될 것"이라며 전했다.
또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종합병원을 신규 개원할 때 의료인력을 대거 흡수할텐데 수도권과 지역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라며 "의료인력을 자체 양성해서 충원할 계획도 없이 분원부터 세우는 것은 의료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중소병원의 피해도 막심
여기에 더해 개원가 및 중소병원들이 입게 될 피해도 심각할 전망이다.
이 회장은 “대형병원 진출은 주변 의료인력의 대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 지역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현 의료인력 체계에 과중한 경쟁과 분란을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의원과 중소병원 도산으로 인한 의료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학병원과의 과도한 경쟁으로 지역 의원, 중소병원들은 도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병원들이 진료 외에 교육과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필수 회장은 “모름지기 대학병원은 진료와 연구, 교육이 균형감 있게 이뤄져야 하는데 작금의 의료정책은 진료의 질보다 양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병원이 중소병원들과 환자 유치경쟁을 벌이는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며 “대학병원의 맹목적 수익 추구와 지자체장들의 환심사기용 정책 역시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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