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일방적으로 비대면진료 확대 시 집단 보이콧” 반발

- 대개협 중심 13개 의사회, 비대면진료 확대 철폐 촉구 기자회견 개최
- 대개협 김동석 회장 “오진 위험으로 기소되는 의사들 늘어날 것”
- 이형민 응급의학과의사회장 “비대면 진료 이전에 인프라부터 확충해야”

정부와 보건복지부의 강력한 의지 아래 추진되고 있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확대 방침에 개원가 의사들을 중심으로 이대로 강행될 경우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집단 보이콧’에 나설 것이라고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6일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폐기’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확대 방침을 비판했다.

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의료계와는 일절 협의 없이 일방적인 확대 발표에 분노한다”며 “환자의 진료는 시진, 촉진 등 기본적인 의료 원칙이 꼭 지켜져야 한다. 오진의 위험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환자에게 돌아가고,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은 의료진에게 넘겨질 것이다. 비대면진료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로 더 많은 의사들이 기소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또 중간유통업자격인 플랫폼을 만들어 의사와 환자 사이에 개입시키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비용의 증가는 기정사실화되고 의료체계의 혼란도 야기될 것”이라며 “환자가 플랫폼에 접속해 별점을 매기는 등 의료가 상업화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플랫폼은 공익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하고, 이를 정부나 의협이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진료의 확대는 국민의 생명권을 두고 실험을 하는 것과 같다. 의료 접근성이 뛰어난 우리나라에서 비대면 진료는 오히려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잘못된 정책으로 국민의 생명권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시범사업 참여 거부를 선언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각 진료과 의사회장도 비대면진료로 인한 위험성에 경고하며 정부가 각 진료과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소아의 경우 증상을 진단하기 어려우며 급격하게 진행돼 비대면으로 진료할 경우 위험성이 크다고 했다.

임 회장은 “예를 들어 심하게 토하는 증상으로 24개월 소아가 비대면진료를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95%는 장염 등 소화기 관련 증상일 수 있다. 하지만 급속히 진행돼 사망하는 급성충수돌기염·장중첩증일 수도 있다. 10년 전 경북대병원 파업으로 진료가 어려웠을 때 장중첩증에 걸린 소아가 사망한 사례도 있다”고 예시를 들었다.

이어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제2차관은 아이들 목숨을 상대로 ‘러시안 룰렛’을 하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말 문제가 없는 정책이라면 아이들이 사망했을 때 나서서 배상하고 값을 치르겠다고 국민에게 분명히 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윤 회장은 “비대면진료가 산부인과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없다. 진료 특성상 은밀한 부위를 촬영해야 하는데 만약 플랫폼에 저장된 정보들이 해킹으로 유출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는가”라며 “가이드라인도 없고 과별 특성도 고려하지 않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도 비대면진료 예외적 허용 지역에 응급의료 취약지가 추가된 것이 정부가 응급의료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응급의학과 비대면진료의 목표는 다르다. 응급의학은 응급한 환자를 살리는 것이고 비대면진료는 환자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라며 “응급환자를 살리려면 비대면진료 확대가 아니라 응급의료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응급의료 취약지 98개를 유지한 것 자체가 잘못아닌가.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없이 비대면진료로 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김동욱 회장에 따르면 회원 4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396명(93.17%)이 ‘비대면진료를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의사들은 비대면으로 환자를 보고 처방할 자신이 없는데 왜 (정부에서) 강요하느냐고 따졌다. 그 외에 비대면진료로 정신요법이나 심리검사가 가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비대면진료 확대가 국민과 의사 모두에게 심각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확대할 경우 시범사업 참여 거부 등 행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들은 “비대면진료의 가장 큰 문제점인 오진으로 인한 의료사고는 불충분한 진찰 때문에 발생할 위험이 제일 높다”며 “국민 편의를 도모하려다가 국민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정책으로 돌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의사에게도 똑같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정부는 비대면진료를 거부해도 의료법상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음을 지침에 명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로 인한 환자의 불만과 민원제기는 오롯이 의사에게 돌아올 것이다. 지침은 단지 문구일 뿐이다. 진료 거부권은 반드시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이 발효된 시점에서 불완전한 비대면진료에 참여해야 하는 의사들도 언제든 의료사고에 노출되며 선의의 피해자가 돌 수 있다”며 “불완전한 비대면진료로 인한 의료사고의 피해자는 바로 국민이라는 점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해 시범사업 확대 방안을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며 “관련된 모든 사항은 의료계와의 논의 창구인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만약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확대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거부를 선언하고 잘못된 정책을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한신경의사회 최세환 회장, 대한안과의사회 정혜옥 회장, 대한피부과의사회 오창근 회장, 대한정형외과의사회 김완호 회장, 대한소아청소년학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황찬호 회장,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 대한마취통증의사회 윤장운 회장,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이익준 회장, 대한응급의사회 이형민 회장, 대비뇨의학과의사회장 조규선 회장,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 김동욱 회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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