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가운 벗고 거리로 나선 의대생들 “무분별한 의대 증원, 한국의료 나락갈 것”

- 대한의사협회, 17일 전국의사총궐기대회서 의사 가운 벗는 퍼포먼스 통해 의대 증원 비판
- 참여 의대생 “국민 걱정 이해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 이필수 회장 “부작용 양산해낼 의대 증원, 대통령 차원에서 재고 요청”

17일 전국적으로 기온이 –10도를 웃돌면서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광화문 광장에서는 의대생과 의사 800여 명이 모인 전국의사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정부가 정치권의 지지를 등에 업고 의료계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 날 의대생들은 현재와 같이 왜곡된 의료 환경에서는 의사가 되어 환자를 진료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 의사 가운을 벗는 퍼포먼스를 보여 주목을 끌었다.


▲ 출처 : 뉴스핌

대한의사협회가 이날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오후 2시부터 진행한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의사들과 의대생들은 강력한 한파에도 집결해 정부 정책에 의해 의료 현실의 왜곡이 심화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의대정원 졸속확대, 의료체계 붕괴된다’, ‘의료계와 합의없는 의대증원 결사반대’, ‘9·4 의정합의, 정부는 이행하라’, ‘여론몰이용 수요조사, 강력 규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시작했다.

가장 주목을 받은 순서는 참여 의대생들 중 일부가 의협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장인 이필수 회장과 함께 단상에 올라 의대 정원을 무분별하게 늘릴 경우 한국 보건의료가 결국 붕괴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퍼포먼스 차례였다.

단상에 오른 이 회장이 버튼을 누르자 왼쪽에 ‘무분별한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빨간 현수막이 내려옴과 동시에 오른쪽에 있던 ‘대한민국 보건의료 제도’라는 파란색 현수막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또, 함께 단상에 서있던 의대생 5명이 가지고 있던 의대 교과서, 진료기록을 담은 서류함, 목에 두르고 있던 청진기, 입고 있던 의사 가운을 벗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범대위는 “무분별한 의대 정원 증원이 대한민국의 의료를 나락으로 떨어뜨린다는 의미를 나타냈으며 의대생 5명이 의사 가운을 벗는 퍼포먼는 무너진 보건의료 환경에서 의사의 직분을 다하기 어려운 환경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참석한 의대생들은 의대 정원 확대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를 냈다. 의료 환경을 걱정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현 상황에서 의대 정원 확대가 옳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방 의대생인 A씨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규탄 집회가 열린다고 해서 알고 지내던 선배 의사들에게도 연락해 함께 참석했다”며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대 정원 증원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의 생각이나 걱정은 이해하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의 어려움은 어떤 것인지 알리기 위해 참석했다”고 덧붙였다.

의협 이정근 상근부회장과 광주서구의사회 길광채 회장은 삭발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삭발식을 마친 이들은 구호를 제창하며 정부에 대한 강력한 저항 의사를 표명했다.

범대위 홍보위원장을 맡게 된 부산시의사회 김태진 회장도 결의문을 낭독하며 정부가 9·4 의정 합의를 어기고 의대 정원 확대를 일방적으로 감행할 경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회장은 “의사들은 지난 2020년 9월 4일 정부와의 약속을 믿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최전선에 나서 고군분투했다”며 “정부가 의료계의 신뢰와 노력을 기만하고 합의없이 의대 정원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의정 합의를 명백하게 파기하는 것이며 정부에 대한 의료계의 신뢰를 바닥나게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정부는 무너져가는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실효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의료계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의대 정원 확대를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말고 지난 2020년 맺은 국민과의 합의를 지켜라. 또한 의학교육의 당사자인 의대생들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원 확대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의료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국 14만 의사들은 어떤 투쟁도 불사할 것이며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저항할 것”이며 “의대 정원 확대 정책으로 야기될 우리나라 의료 붕괴에 대한 책임은 의료계와 약속과 신뢰를 저버린 정부에 있다”고 경고했다.

궐기대회가 끝난 이후 이들은 서울역까지 1차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이어 범대위원장을 비롯한 범대위원들은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을 낭독했다.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 "의대 정원 증원 정책 추진은 대한민국 보건의료 근간을 뒤흔다.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 없이 추진되는 불합리한 의대 정원 증원은 각종 부작용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며 정책 추진을 재고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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