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더불어민주당이 지역의사제를 강행처리한 것에 이어 19일 공공의대법까지 강행 처리 시도하면서 의과대학 문제가 국회 보건복지위를 무대로 당파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의료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그나마 공공의대법은 민주당 측의 강행 처리 시도를 국민의힘 측에서 전사적으로 막아냈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제2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7개 공공의대 관련 법안을 상정해 심사한 결과 모두 계속심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의과 정원 확대가 이미 정부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공공의대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반대의사를 표명한 정부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상정된 공공의대법은 더불어민주당에서 3건, 국민의힘에서 2건, 정의당에서 2건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필수, 지역의료의 대책으로 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해 지역 내 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배출 후에는 해당 지역에서 일정기간 근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다.

그러나 해당 법안과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법안의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현재 의사 인력 부족에 대한 총량 규모를 검토하는 단계로 공공의대는 그 뒤로 미뤄 처리해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제2법안소위 위원장인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 역시 의대 정원 문제가 선행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일정 부분 이해가 간다며 이들 법안에 대해 계속 심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의대 정원 문제가 총선을 앞둔 당파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전날 열린 국회 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선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강행처리로 2020년부터 계류되어 있던 지역의사제가 통과되기도 했다.

민주당이 지역의사제를 단독 강행 처리한 이유로 늘어날 의사들을 필수, 지역의료로 유입시키기 위해선 지역의사제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로는 의대 증원과 지역의사제를 패키지처럼 묶어 총선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회 사정에 정통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대 증원이 정부와 여당의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관련 이슈를 함께 끌고, 참여하기 위한 야당이 맞불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역의사제가 그 방편인데 이 제도가 없는 의대 증원은 반쪽짜리라는 주장을 통해 의대 증원과 지역의사제를 패키지로 묶어 여론이 우세한 의대 증원을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도 함께 추진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함”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야당이 위원장으로 있는 전날(18일) 법안소위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주도로 지역의사제가 의결된 것을 보면 실제로 이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 확실시된다”며 “반면 여당이 위원장이 있었던 19일 법안소위에선 정부의 반대로 야당 당론인 공공의대볍은 계류됐다. 이는 의대 증원 문제를 함께 끌고자 하는 야당의 시도를 여당이 견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총선을 앞둔 정치적인 상황속에서 의대 정원 문제가 정치적인 논리로만 다뤄지고 있는 현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총선기획단을 구성해 관련 시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도 했다.

의협 김이연 대변인은 “국민의 대다수가 의대 증원에 동의한다는 노조발 설문조사 등 관련 이슈가 정치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며 “의료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의대 증원은 가깝게는 6조 원, 멀게는 17조 원의 의료비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는 사업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비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관련 비용에 상응하는 현실적인 대책을 제시하고 국민을 먼저 설득하는 것이 올바른 정치다. 국민 정서를 자극해 표심만을 얻기 위한 조삼모사식 정치는 안 된다”며 “정치권이 자생적으로 이 방향성을 가질 수 없다면 총선 기획다는 통해 제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이미 내부적으로 불거진 상태”라고 설명했다.